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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히 말해서 4월 보궐선거는 제1 야당이 매우 유리한 선거, 반대로 여당이 매우 불리한 선거다. 보궐선거가 왜 열리는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서다. 안 해도 되는 선거를 각각 수백 억원씩 들여가며 하는 거다. 귀책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니 경쟁 당인 국민의힘에 절호의 기회가 온 셈. 오죽했으면 민주당이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가 논란이 됐을까. 게다가 집값 폭등으로 민심의 분노 수위가 높아졌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더 커지는 일도 겹쳤다.
이런 상황인데 최근들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주춤하자 야권이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왜 그렇까.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 비방전이 거칠다는 얘기가 나왔다.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당내 주장이 갈라졌고,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를 놓고 잡음이 무성했으며 돌연 막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이에 오가는 말들은 유권자들에게 피곤함을 줬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면 두 당의 차이는 안간힘의 차이, 정성의 차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 중에서 핵심에 속하는 한 의원의 말이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은 과거 부산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한 득표율을 거뒀지만 30년간 차근차근 표를 쌓아왔다. 이젠 어느 정도는 굳건한 득표를 하고 있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은 수십 년간 '동진정책'을 구사했다. 호남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영남으로 가서 호소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도 있었다. '호남 지지를 받는 PK(부산·경남) 후보' 전략 등은 그래서 나왔다.
부산으로 좁혀서 과거 대선 때 득표율을 보자.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시정치국민회의 후보는 15.3%를 얻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의 후보가 29.9%를 얻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득표율이 하락했지만, 2012년 18대 대선과 2017년 19대 대선에서 각각 민주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39.9%, 38.7%를 얻었다. 과거 민주당 계열의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도 득표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들은 과거나 최근이나 대선에서 호남(광주·전남·전북)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2012년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북에서 얻은 13.2%가 가장 높다. 또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호남 28개 지역구 가운데 후보를 낸 곳이 12곳에 그쳤다. 지역구의 절반 넘게 통합당 후보가 없었다.
이런 차이가 지금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판인데도 어려워지고 있고, 불리한 판인데도 만회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우리를 위해 정성을 들이고 안간힘을 써본 적이 있으냐'는 유권자들 질문이 바탕에 깔린 것 아닐까.
이런 가운데 29일 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부산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부산시민들이 보수 신문·방송을 너무 많이 본다고 지적하며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시는 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즉각 사과했지만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파장이 얼마나 될지 여야가 주목하고 있다. 또 원전수사 공소장의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보궐선거까지는 2개월 조금 더 남았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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