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 생산 백신 EU에 공급해야"
아스트라제네카 "영국이 먼저 계약"
존슨 "EU 남았으면 안타까운 상황됐을 것"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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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 백신 프로그램을 따라갔다면 안타까운 상황을 맞을 뻔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물량 배분을 놓고 EU와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서다.
전날 EU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분기 공급이 계약 체결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영국에 우선 물량을 대기 위해 EU에 백신 공급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일간 벨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물량이 적어진 데 대해 "유럽 지역 생산이 원래 계획보다 두 달 뒤처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영국 내 생산 물량이라도 EU로 돌리라는 요구에 대해선 "영국과의 백신 공급 계약은 EU보다 석 달 전에 먼저 체결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EU와) 계약서상에 공급 물량을 보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착순은 정육점에서나 통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영국 공장 생산 물량도 계약의 일부이며 EU에 공급하기로 한 공장 4곳 중 2곳은 영국에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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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 "영국이 먼저 계약"…EU "선착순은 정육점에서나"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이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에서 생산한 백신도 EU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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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 회분의 백신 계약을 체결하면서 3억3600 만유로(약 4546억원)를 투자했다. 이 중 처음 1억 회분은 4월 이전에 공급한다는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지난 22일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생산 차질에 EU에 1분기에 3100만회 분밖에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2분기 공급도 당초 계획의 50%가량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 대변인은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백신 1억 회분을 영국에 우선 공급한 뒤에야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제약사 측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 제조업체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영국에 대한 공급이 중단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EU의 반발이 거세지자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에선 말을 아꼈다. 기자들이 영국 우선 공급 계획을 철회할 것인지 묻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영국은 전세계에 백신이 배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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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수출 제한 움직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의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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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을 비난하고 나선 유럽 역시 역내 백신 생산 물량의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독일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측에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럽 생산 물량의 외부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오는 29일 EU의 새로운 수출규제 정책 발표를 앞두고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현지 매체들은 유럽의 각국 지도자들이 국내서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초조함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데 대해 각국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성인의 10% 이상이 1차로 백신을 맞았으며 2월 중순까지 1500만명이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EU는 현재까지 접종률이 2%에 불과하다.
가디언은 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부터 쌓인 영국과 EU 사이의 앙금이 백신을 계기로 표출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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