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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진료확인서에 진단명 없었다면…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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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사회 "진료확인서에 질환명 기재하면 법적책임 소지"

의료계 "진료확인서에 진단명 넣으면 목적 외 사용...문제 생겨"

"진단서 발급했다면 진단명 기재 신중해 결과 달라졌을 수도"

뉴시스

[양평=뉴시스]이윤청 기자 =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고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선물, 메시지, 국화 등이 놓여 있다. 2021.01.13. radiohe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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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정인이를 생전 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진료확인서에 진단명을 넣지 않았거나, 진단서를 발급했다면 정인이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인이 정확히 진단하려면 진단서 발급했어야"

최근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닥플(악터플라자)'에서 한 의사는 '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인이 사건의 교훈, 진료확인서는 진단서다' 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에 사단이 난 것은 진료확인서에 진단명을 넣은 것"이라면서 "진단명이 들어간 것은 법적으로 모두 진단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진단서"라고 주장했다.

수원시의사회도 지난 26일 "진단 결과를 진료확인서에 기록하는 경우 향후 진단서를 통해 확정 진단명이 변경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진료확인서의 질환명 또는 질환 코드 등의 기재 사실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고 공지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진료확인서를 발급하면서 구체적인 질환명 또는 질환 코드 등을 추가로 기재했다면 향후 법적 분쟁 시 책임을 지게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인이를 진료한 A 의사는 정인이가 입 안의 상처 감염과 바이러스 구내염을 치료받았다는 내용의 진료확인서를 양부모에게 발급했다. 이 진료확인서에는 병원에 다녀온 '날짜', '인적사항', '진단명'이 기재돼 있었다.

서울의 한 내과 의사는 "(A 의사가)진료확인서는 진단서가 아니여서 별 의미없이 진단명을 기록하고 확인서를 발급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진단서를 발급했다면 진단명 기재에 좀 더 신중을 기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말 입안이 찢어진 정인이를 본 다른 소아과 전문의가 아동학대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양부모가 A의사가 발급한 구내염이라는 진단명이 적힌 진료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해 결국 아동학대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경찰은 분리 조치하지 않았고 결국 정인이는 약 보름 뒤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만약 A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했다면 진단명을 신중히 적어 진단명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경찰이 양부모 수사에 나섰다면 정인이의 운명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진단서는 반드시 진찰 결과를 토대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판단해 사실만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작성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진단서는 의사 면허를 걸고 쓰는 것으로 가장 정확하다"면서 "경찰이 정말 그 사람(정인이)에 대해 정확히 진단 받으려면 진단서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료확인서, 진료 사실 확인용...진단명 넣으면 안돼

A의사가 진료확인서를 발급할 때 진단명을 적지만 않았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를 목적 외로 사용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진료확인서는 별도의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김 회장이 당시 실손보험사들이 진단서 대신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특별시의사회에 확인서 양식을 바꿀 것을 건의했고 현재 진단명 기재란이 없어진 상태다.

김 회장은 "그 분(A의사)이 옛 서식을 가지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현재 진료확인서에는 환자가 방문한 날짜만 기입하게 돼 있다"면서 "진료확인서 하단에 '진단명을 받으려면 진단서를 발급받길 바란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적 외로 사용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진료확인서는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 확인해 주면 되는데, 진단명까지 넣으면 정인이 사건처럼 문제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진단서처럼 진료확인서도 양식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현장에 진단명 기재란이 있는 옛 진료확인서 양식과 진단명 기재란이 사라진 새 양식이 섞여 있고, 서식 프로그램 제공 업체별로 병원에 제공하는 진료확인서 양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다. 서울의 한 내과 의사는 "의료계 차원에서 병원 서류에 대해 전체적인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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