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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시작부터 중국·러시아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와는 군축협정 연장에 즉각 합의하며 '선택적 협력'을 시사한 반면 중국에 대해선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온도 차를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신전략무기 감축협정(뉴스타트)'을 조건 없이 5년간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뉴스타트란 2010년 미·러가 실전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 핵무기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기로 체결한 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이 협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연장 여부가 불확실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크렘린궁 간 전화 통화가 우호적인 분위기로 흐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날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청하는 한편 미국 연방정부 해킹,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대한 살해 사주 의혹 등을 낱낱이 거론했다.
또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기 직전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 내 집단방위 체제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표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독일 간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뒤 향후 미국이 참여 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길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에도 트럼프 정부 4년간 미국과 특별한 갈등 없이 지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KGB 깡패'라고 불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푸틴의 강아지'라고 비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대면한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출입기자가 전화 통화 내용을 묻자 "당신들에게 안부를 전하더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해치는 러시아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을 분명히 했다"면서도 "양국 대통령은 투명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전날 사키 대변인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정부의 대중 강경책은 옳았다"고 말했다.
이날 상원에서 인준을 받기 직전 블링컨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유지될 것"이라며 "나는 그가 취한 몇 가지 방식에는 매우 동의하지 않지만 기본적 원칙은 옳았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대중 태도가 약화될 것이란 상원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나 레이먼도 상무장관 지명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해 매우 강경한 어조로 강경책을 약속했다. 그는 "인준이 되면 나는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맞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매우 공격적으로 임하겠다"며 "블랙리스트든 관세든 모든 수단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먼도 지명자는 로드아일랜드주지사를 지냈고 이전엔 벤처캐피털을 운영했다.
중국은 즉각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교훈을 얻어 잘못을 바로잡기를 바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차별 없는 사업 환경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117대 하원에 한국계 미국인 4명이 당선된 가운데 영 김 공화당 의원도 하원 외교위원회에 배정됐다. 영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던 에드 로이스 전 의원의 보좌관을 20년간 지낸 경험이 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앤디 김·메릴린 스트리클런드 의원도 외교위에 배정돼하원 외교위에만 한국계가 3명이나 포진하게 됐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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