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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매출·손실 파악 어떻게…손실보상제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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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수십만 소득 줄여 신고

어떤 기준으로 지급할지도 막막

국채발행 등 재원 마련 만만찮아

“보상금액 놓고 형평성 논란 우려”

여야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하는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집행에 이르기까지 따져봐야 할 일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월 24조7000억원이 들어간다고 봤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기간을 4개월로 보면 100조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네 차례 편성한 추경 예산(67조원)의 1.5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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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돈 얼마나 들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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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이를 실행할 만큼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G7(주요 7개국) 국가 평균(13.7%)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지난해 G7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예상치(IMF 기준)를 보면 평균이 5조4480억 달러로 한국(1조5867억 달러)의 3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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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한국 경제규모 및 자영업자 비중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도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마당에 손실 보상을 법제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감당할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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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가능성에 급등한 국고채 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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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방안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빠져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중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국채 발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신용도에 타격을 준다.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 예상에 22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58%로 전일보다 0.052%포인트 올랐다. 2020년 1월20일(1.762%) 이후 최고치다.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한 사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무리하게 돈을 풀었다가 더 큰 경제위기에 대응할 여력을 잃을 수 있는 점,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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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여야 발의 법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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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영업은 정확한 매출 파악이 어렵고 업종별·사업장별로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다양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인과관계와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다.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자영업자,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무등록 점포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꼬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장사가 안됐을 수도 있다”며 “제도 실행 과정에서 대상자 선정, 보상액 산정 등 여러 가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을 법으로 못 박는 법제화로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되레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다. 이런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법제화를 추진하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자영업 ‘표심 잡기’용이라는 비난은 계속 나올 수 있다.

이미 야당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심의·관심조차 없다가 선거용인지 요새 손실 보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며 공격 채비에 나섰다.

세종=손해용·김남준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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