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현역 프리미엄' 효과…11년 뒤 재대결, 정치 환경 변화 맞물려 성적표 관심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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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서울시장’을 꿈꾸는 이유는 대선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수도 서울은 한국 정치의 심장이다. 역대 서울시장 중에서 실제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명박 전 대통령)도 있다. ‘서울시장=유력 대선주자’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누구에게나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수정당의 뿌리를 이어받는 정당의 역사만 봐도 그렇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기준으로 2006년 이후 15년 간 서울시장 후보 자리에 오른 인물은 단 4명이다.
정치인 정몽준, 김문수 그리고 오세훈, 나경원이다. 다른 정치인들은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기는커녕 선거용지에 이름도 올려보지 못했다. 4명의 정치인 중 2명이 2021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장을 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대선주자급 인물인 두 사람은 체급을 낮춰서 서울시장 경선의 전장에서 만나게 됐다. 이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범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각각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사실상 준비된 후보인 셈이다. 두 사람이 맞대결은 정치 운명을 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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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단 하나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11년 전인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라는 기록을 남길 만큼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던 선거이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 김충환 의원이 3자 대결을 펼쳤다. 김충환 의원은 서울 강동구청장을 3회 연임할 정도로 저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원희룡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탄력을 받은 상황이었다. 현역 프리미엄을 지닌 오세훈 시장을 넘어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2010년 5월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운명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오세훈 시장은 다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돼서 본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강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경원 의원은 현역 서울시장을 당내 경선에서 꺾게 될 경우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할 기회였다.
나경원 의원이 단일화 효과를 토대로 탄력을 받는다면 해볼만한 승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하지만 서울시장 현역 프리미엄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내부 경선은 당심과 민심 모두 일방적인 승부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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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후보는 현장투표에서 67.2%를 얻으며 경쟁 후보를 압도했다. 나경원 후보는 25.8%, 김충환 후보는 7.0%에 머물렀다. 여론조사는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오세훈 후보는 73.0%를 얻었고, 나경원 후보는 21.3%, 김충환 후보는 5.7%를 얻었다.
결국 최종 집계 결과 오세훈 후보가 68.4%를 얻으면서 24.9%와 6.7%를 얻은 나경원 후보, 김충환 후보를 누르고 2010년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첫 번째 맞대결 성적표는 이렇게 나왔지만 11년의 세월 동안 정치적 위상은 많이 바뀌었다.
정치인 오세훈은 2010년 서울시장 당선 이후 공직 선거 당선 이력이 없다. 2016년 제20대 총선과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낙선했다. 반면 정치인 나경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올라갔다.
11년 전 성적표는 참고사항이다. 2021년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접수 마감 결과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종구·김선동·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조대원 전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등 14명이 지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예상대로 2강 구도를 형성할까. 이들을 넘어서는 다크호스가 등장하게 될까. 제1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둘러싼 경쟁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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