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협회 "안전 문제 때문에 막아" 해명
한국외교협회 건물 전경 |
전직 외교부 직원들의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한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외교협회가 소유 건물에 입주한 대안학교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안학교 '숲나-플레 10년'(숲나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안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외교협회의 갑질을 멈추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숲나학교는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외교협회건물에 입주한 상태로, 임대인 입장인 한국외교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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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원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교협회 측은 학교 학생과 교직원이 정문 및 로비, 엘리베이터와 운동장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서는 건물 옆에 있는 쪽문을 이용해 4층 높이 계단을 올라가야 하며, 무거운 짐을 올리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이마저도 1층에선 탈 수 없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학교는 "음식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급식실을 폐쇄하라는 요구도 받았다.
청원인은 "1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무거운 짐이 있을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고, 정문으로 등교할 수 있었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다"며 "갑자기 상황이 악화돼 선생님들에게 여쭤보니, 오래전부터 외교협회와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운동장을 돌려주세요"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세요" 등의 피켓을 만들어 1인 시위를 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지난주부터 항의를 하고 있다. 학생들 중 일부는 외교협회 관계자들이 욕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협회 측 "회원들 고령이라 코로나 번질까봐 접촉 막은 것"
한국외교협회 입장문. 한국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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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시위를 다루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외교협회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언론 보도들은 사실이 아니다"며 "숲나교육에 대한 임대 계약 대상은 건물 3층에 한정되며, 정 현관 통로(엘리베이터 이용)와 운동장 사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호의에 의해 이용을 묵인해 왔으나 임대 계약 당시와는 달리 숲나교육 측의 인원이 급증해 안전상 문제가 대두됐다"며 "학교는 대규모 학부모 행사를 통해 1층 로비를 점령하고, 자정 넘어까지 각종 행사 등을 진행해 협회 회원들의 활동 및 안전 확보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외교협회 회원들과 학교 직원들의 접촉을 차단할 필요가 있어 엘리베이터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외교협회는 "평균 70세 이상의 고령인 회원들과 숲나교육 측 인원들과 직접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며 "숲나교육 측도 최근까지 반발 없이 분리 사용 중이었다"고 밝혔다.
급식실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 협회는 "숲나교육이 3층에 위치한 보조주방에서 100여명 인원의 1일 3식을 조리하고 있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조치를 요구해 왔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 직원의 막말 논란에 대해 협회는 "협회 현장 관리 직원들은 오랫동안 협회에서 근무한 60~70대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숲나교육 학생들이 손자·손녀뻘인 만큼 막말 주장은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준규 협회장 취임하자마자 탄압이 본격화"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 한국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녹색당은 22일 해당 사건을 다룬 논평을 통해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며, 이는 정규교육을 밟지 않는 청소년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며 "외교협회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엄연히 기본권 침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특히 "호의적이던 전 외교협회장이 떠나고 협회장이 전 주일대사 이준규로 바뀌면서 학교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됐다. 학교의 대화 제안은 거부한 채 변호사를 통해서만 대화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이준규 현 협회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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