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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상장 후 주가 고공행진 日 ‘발뮤다’ 소형 가전의 ‘애플’…국내서도 신혼족 필수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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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결혼한 이수연 씨는 친구로부터 결혼 선물로 발뮤다 토스터기를 받았다. 일반 토스터기와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 선뜻 구매를 망설였지만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는 이 씨. 그가 생각하는 발뮤다 토스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차별화된 기능이다. 다른 토스터기와 달리 빵의 촉촉한 식감을 유지해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이 씨는 “발뮤다 토스터기는 디자인이 괜찮기 때문에 어떤 집에서도 인테리어에 적합한 것 같다”며 “요즘 신혼부부 사이에서 발뮤다 토스터기는 필수 제품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소형 가전 업계의 애플,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만든 기업, 신혼부부 필수 아이템 등’.

일본 소형 가전기기 업체 ‘발뮤다’를 둘러싼 수많은 수식어다.

발뮤다는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기업이다. 우선 한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발뮤다 해외 매출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발뮤다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일부 마니아만 발뮤다 제품을 즐겨 썼다. 요즘에는 신혼부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만큼 저변이 확대됐다.

지난 12월 일본 도쿄증시 마더스에 상장한 발뮤다는 공모가 대비 약 3배 오르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박스 참조). 작지만 강한 기업, 발뮤다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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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액세서리로 출발한 발뮤다

▷위기 딛고 잇따른 혁신 제품 대박

2003년 설립한 발뮤다는 원래 IT 액세서리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많은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발뮤다 역시 성장통을 겪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발뮤다에 커다란 위기였다. 당시 연 매출은 4억원에 불과했는데 빚만 3억원. 부도가 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발뮤다를 위기에서 구해준 제품은 바로 그린팬 선풍기다. 전력 소비를 기존 선풍기 10분의 1로 줄여주면서 일반 선풍기보다 4배 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선풍기 가격은 무려 50만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처음에는 고전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대박이 났다.

이후 내놓은 토스터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전기밥솥 등이 잇따라 성공하며 지난해 말 IPO에 이르게 된다.

발뮤다 성공 비결은 여러 가지다.

우선 ‘발상의 전환’이다. 발뮤다는 다른 기업과 달리 기존에 없던 제품이나 경험을 팔았다. 가전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퍼스트 무버’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토스터기다. 발뮤다 토스터기는 ‘죽은 빵도 살린다’는 극찬을 받은 제품이다. 이전 토스터기는 빵을 바짝 굽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뮤다는 맛있는 빵은 ‘겉이 바싹하면서 속은 촉촉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테라오 겐 발뮤다 대표는 수많은 연구 끝에 빵 맛을 좌우하는 것은 ‘습도’였음을 간파했다. 다른 토스터기와 달리 발뮤다 토스터기는 빵 종류에 따라 적은 물을 붓게끔 설계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발뮤다만의 독특한 디자인 역시 성공 비결로 꼽힌다. 발뮤다 제품은 그 자체만으로 인테리어 소품 역할이 가능하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5명의 디자인 직원이 2000개나 되는 시안을 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가전 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팹리스’ 구조(자체 공장이 없는 기업)라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오로지 제품 개발과 디자인에만 주력한다. 생산은 외주로 맡기며 고정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발뮤다가 가전 업계에서 드물게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매경이코노미

▶한국 시장에서 특히 강해

▷2019년 전체 매출 30% 차지

‘그린팬 선풍기’를 내놓은 이후 발뮤다 실적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발뮤다 매출액은 123억3000만엔(약 1300억원), 영업이익은 12억7400만엔(약 135억원)으로 예상된다.

발뮤다는 한국 시장과도 독특한 인연이 있다. 한국에서 유독 발뮤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2019년 한때 발뮤다 전체 매출 중 한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였다.

발뮤다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9년 출시한 공기청정기 ‘발뮤다 더 퓨어’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물론 당시 한국은 미세먼지라는 특수 상황에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자국보다 해외, 특히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해외 기업이 신제품을 먼저 선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다. 그만큼 발뮤다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상장 후 여러모로 잘나가는 발뮤다지만 고민거리도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일 갈등으로 한국에서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됐다. 불매운동 초기에는 매출이 70~80%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발뮤다 한국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 비중이 높은 만큼 한국에서의 매출 하락은 발뮤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법으로 선택한 것은 시장 다변화다. 지난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발뮤다는 향후 해외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발뮤다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노리는 발뮤다가 미국인들이 많이 먹는 피자를 제대로 데울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에 맞춰 개량을 검토 중”이라며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뮤다 주가 향방은

美 시장 성공 여부에 미래 주가 달려

지난해 12월 16일 발뮤다는 일본 스타트업 전문 주식시장인 마더스에 상장했다. 첫날 공모가는 1930엔.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63% 오른 3150엔으로 시작한 발뮤다 주가는 공모 당일 가격 제한폭인 3850엔까지 오른 뒤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에도 주식 매수 주문이 빗발치면서 1월 7일 5910엔까지 올랐다.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1월 13일 기준 5900엔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450억엔(약 4760억원). 연매출 대비 약 4배 높다. 주식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주가순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일본 전자제품 대기업인 파나소닉과 비교하면 2~3배 수준. 발뮤다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증권가에서는 “발뮤다 제품 개발력이나 인지도가 높고 다른 일본 기업이 갖지 못한 정체성과 철학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일본 에이스증권의 기시 가즈오 애널리스트는 “발뮤다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느냐가 향후 주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미국 등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 여부에 따라 발뮤다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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