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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바이든 “동맹 회복”…미·중 사이의 한국 ‘협력·중재’ 시험대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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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정책과 한국 외교

[경향신문]



경향신문

바이든·오바마 ‘주먹 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열린 제4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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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이념전으로 확대
우방과 ‘다자적 개입’ 예상
북핵 현안은 후순위로 밀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한·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완전히 달라진 대외정책을 지향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국에 기회이기도 하지만 변화와 적응을 위한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임기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한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과거 발언이나 외교·안보 분야 참모들의 생각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적 방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긍정적인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일관되게 ‘동맹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수직적 관계를 요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을 폈던 트럼프 시대와 달리 동맹국 입장과 견해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에도 상응하는 의무를 요구할 것이므로 세밀한 정책 조율은 필수적이다.

한국에 가장 큰 도전적 과제는 미·중 갈등이다. 무역 분야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단과 형식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앞세워 중국에 대한 다자적 개입을 지향한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일회성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대응 방식이 아닌 장기적 목표와 체계적 원칙에 입각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간 대북 문제 이견 우려
양국 ‘정책 눈높이’ 맞추기
세밀한 조율로 역할 찾아야

특히 북핵 문제는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사활적 요소이지만, 미국에는 최우선 현안이 아니다. 이 같은 차이에서 비롯되는 한·미 눈높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미·중이 대립하는 구도 안에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렵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한 요소로 휩쓸리지 않고 독립적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는 기후변화·보건 협력 등과 마찬가지로 미·중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도록 하려면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분야의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관점”이라면서 “이 지점에서 한국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단된 북·미 대화를 조기에 복원하는 것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다. 특히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조바심이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과 외교부 장관 교체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구상을 ‘선제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성과를 인정하고 북·미 대화가 중단된 지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협상을 실패로 규정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한국의 구상에 동의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행보는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가 19일 인준 청문회에서 “기존의 모든 대북 접근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미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관료 출신의 외교전문가는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 입장을 반영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미국의 생각을 먼저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자칫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한·미관계를 망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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