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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황제”→ “야바위꾼”… 美극우, 트럼프 퇴임하자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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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난입·폭력 사건을 주도했던 극우파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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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 리치몬드에서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이 총기 지지 옹호 집회를 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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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프라우드 보이스의 텔레그램 비공개 채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일 누군가는 “트럼프는 완전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11월 이 채널에는 미 대선 불복 시위에 나서야 한다며 “트럼프 황제 만세” “선거 도둑을 막자” 등 글이 올라왔었다.

NYT는 갭·텔레그램 등 소셜 플랫폼에서 이뤄진 프라우드 보이스 내부 수십 건의 대화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야바위꾼(shill)” “나약하다” 등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공화당을 위해 열리는 집회·시위에 더는 참석하지 말자는 말도 나왔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벌인 워싱턴DC 의사당 난입·폭력 사태 이후 기류가 변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포된 시위대 사면에는 침묵하면서 백악관을 비워준 것을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 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전 영상 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은 우리 의사당에 대한 공격에 몸서리쳤다”며 “정치적 폭력은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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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시위대가 지난 6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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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보이스는 극단적 백인·남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로, ‘바이스 미디어'를 공동 창립한 개빈 매킨스가 2016년 세운 단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열성 지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미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소송 등 법적 시도까지 실패하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력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의회 난입 사태를 주도한 것도 이들이었다. 리더 중 한 명인 조셉 랜달 빅스(37)는 의사 진행 방해와 불법 침입·소란 행위 등 혐의로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FBI는 빅스의 소장에서 프라우드 보이스와 연루된 여러 사람이 의회 사태 당시 무전 이어폰을 꽂고 다닌 사진이 찍혔다고 밝혔다.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까지 당했으면서, 이 사건으로 체포된 회원들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지난주 프라우드 보이스 텔레그램에는 “트럼프 스스로가 의사당 난입을 선동해놓고 그 자리에서 손을 씻었다”며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프라우드 보이스 일부 회원들은 이제 스스로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음으로써 정치에서 물러나고, 극단 분리독립주의 운동과 지역 시위에 힘을 쏟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뿐 아니라 ‘오스 키퍼스’나 ‘쓰리 퍼센터스’등 다른 극우 단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트럼프 지지 단체 ‘아메리카 퍼스트’의 리더인 니콜라스 푸엔테스는 의회 사태에 대한 트럼프전 대통령의 반응을 두고 “나약하고 경솔했다”며 “그는 더 이상 2015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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