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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박명’ 지광국사탑 대수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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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잘못 복원된 1만2000조각…2016년 전면 해체 후 작업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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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01호 지광국사 현묘탑은 그 아름다움과 달리 숱한 수난을 겪었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엔 폭격을 맞아 산산조각 났고(왼쪽 사진), 1911년엔 법천사터에서 반출돼 서울 명동으로 옮겨졌으며(가운데), 1957년 복원됐지만 불완전해 늘 훼손 위험을 안고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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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법천사로 이전 준비 완료

‘미인박명’ 소리를 듣던 탑이 있었다. 강원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101호)이다. 고려 전기 문종(재위 1046~1083) 때 왕사이자 국사인 지광(해린·984~1070)을 위해 만든 승탑이다. 지광 국사는 87세로 법천사에서 타계한 법상종의 고승이었다. 나이가 든 지광이 법천사로 돌아가기를 청하자 문종이 직접 전송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왜 이 탑을 두고 ‘미인박명’이라 하는가. 탑이 아름다워 ‘미인’이라 하고, 팔자가 사나워 ‘박명’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이 탑은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장식 등으로 역대 부도(浮屠)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는 등 수난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9월 일본인 모리(森)라는 자가 현묘탑을 사들여 서울의 사업가 와다 쓰네이치에게 팔았다. 와다는 일본 오사카의 남작 후지타 헤이타로에게 당시 돈 3140원에 넘겼다. 탑은 1912년 5월 오사카로 반출된다. 하지만 데라우치 마사다케(1852~1919) 조선총독이 “국유지에 있던 현묘탑을 개인 간 매매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니 당장 조선총독부로 반환하라”며 모리와 와다 등을 본격 수사한다. 와다는 후지타에게서 현묘탑을 되산 뒤 총독부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짓는다(이순우의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조사보고서>·하늘재·2002).

돌아온 현묘탑은 경복궁 안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세워졌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유탄을 맞아 1만2000조각으로 박살나는 비운을 맞는다. 그것도 전쟁이 끝난 지 4년이 지난 1957년까지 방치됐다가 산책에 나선 이승만 대통령에게 발견돼 복원이 시작됐다. 당시 복원 팀은 강화도·익산 등지에서 모자란 돌을 조달해 겨우 복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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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복원·보존처리를 마무리한 현묘탑의 각 부재. 원래 자리인 강원 원주 법천사지로 옮기려고 부재를 짜맞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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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탑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다수의 균열과 모르타르로 복원한 부위의 탈락 등이 확인됐다. 모르타르로 복원된 옥개석(지붕돌)과 상륜부는 구조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추가 훼손이 우려됐다. 결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 5월부터 전면해체·복원작업을 벌였고, 최근 완료했다. 센터는 그 5년간의 연구 및 보존처리 결과를 담은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복원Ⅲ> 보고서를 20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해체 부재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모르타르는 걷어냈다. 없어진 부재에 대해서는 신석재로 새로 제작했고, 파손 부재들은 접착했다. 전체 29개 부재 중 19개를 가려내 부분적으로 신석재를 사용했다. 정소영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은 “옥개석과 앙화, 보륜 등 상륜부 부재는 절반 정도를 신석재로 복원하여 구조적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새로 구해야 하는 신석재들은 지광국사탑이 있던 원주(귀래면 귀래리 석산)에서 채석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2019년 6월 지광국사탑을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 절터로 이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지점으로 이전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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