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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마스크 의무화·영업제한 등 방역조치 ‘공화당 협조’ 끌어내야 [바이든 정부의 과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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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경향신문]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지지자들은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고, 과학적 견해는 기상천외한 음모론에 파묻혔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누진 확진자 2416만여명.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의 25%를 차지한 미국은 ‘경제 대국’ ‘과학 대국’이 아닌 ‘코로나 대국’으로 전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40만명을 넘어섰다. 2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미국인 숫자와 맞먹는 규모다. 현재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를 코로나19로 꼽은 대선 투표자 중 82%가 바이든을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 정부의 임무 1순위로 코로나19 대응을 꼽았다.

■과학 신뢰 회복 시급

마스크 비웃던 트럼프와 달리
과학자 조언 충실히 따를 듯

바이든 대통령이 넘겨받은 미국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전임 정부에서 무너진 과학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책인 마스크 착용을 ‘겁쟁이’들의 행동이라 조롱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악관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았다. 트위터 등에는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한 온갖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됐다.

조지타운대 보건센터의 앤절라 라스무스 박사는 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아메리카에서 “과학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정부가 감염병 대응에서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과학을 지속적으로 부정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긴 어렵겠지만, 바이든 정부는 전문가들의 과학적 조언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론을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조롱 속에서도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꿋꿋이 마스크를 썼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 서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정부 시절 ‘찬밥 신세’였던 백악관 과학정책실장에 저명한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임명하고, 이 직책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과학자들의 의견을 무엇보다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그나마 이러한 조치들은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쉬운 대책들이다. 하지만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ment)로 이어지는 3T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공화당 비협조 등 산적한 어려움

인력·격리시설 등 확충 시급
백신 부족에 신속 접종 차질
집합금지 등 경제적 보상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차량이동형 선별진료소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충하는 등 진단검사 건수를 대폭 늘리고, 턱없이 부족한 역학조사관을 10만명 이상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구축해야 할 방역 인프라와 시스템은 이뿐이 아니다.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좁은 집에 많은 식구가 살아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사람들이나 마땅한 거처가 없는 노숙인 등을 수용할 격리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이나 운동시설 등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려면 경제적 보상책도 뒤따라야 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의회의 승인을 얻어 재정을 투입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물론 영업금지나 개인의 활동을 제한하는 모든 방역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한 상원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고는 해도, 민주당 단독으로 코로나19 대책을 처리하기는 부담스럽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내에 1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백신과 의료인력 등 인프라 부족이란 현실적 제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의료기관들은 백신이 모자라 미리 잡아둔 접종 일정까지 다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몇 달 동안 백신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14일부터 접종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143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3~4%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솔직히 말하면 (코로나19) 상황은 (당분간) 좋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며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하려는 방역대책의 성과가 코로나 통계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미국의 확진자 곡선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당분간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 뻔하다. 미국의 본격적인 코로나19 방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시작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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