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황희 국회의원,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권칠승 국회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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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정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ㆍ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밝혔다. 또 “황 후보자는 뛰어난 정책기획력을 발휘해 왔으며, 권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발탁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개각이 발표된 3개 부처 중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교체는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도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여권 소식통은 “강 장관 교체는 문 대통령도 끝까지 고민하다가 거의 마지막에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등 주요국의 행정부 변화가 있었다”며 “여기에 맞춰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라고 강 장관 교체 사유를 설명했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반나절 가량 앞두고 맞춤형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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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교가에선 갸우뚱하는 반응이 많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주제네바 대사 등을 지낸 정 후보자의 전공은 통상이다. 1990년대에 주미 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경제통상 담당 공사였다. 정무적 차원, 특히 안보 분야에서의 대미 외교 경험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한 약 3년(2017년 5월~2020년 7월)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카운터파트는 ‘트럼프의 백악관’ 뿐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정 후보자는 2018~2019년 이뤄진 남북미 간 대화의 중심에 있었다. 2018년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곧바로 워싱턴에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ㆍ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한 게 정 후보자였다. 백악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며 직접 브리핑도 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전무후무한 모양새였다.
2018년 3월 백악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밝히고 있는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두번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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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후 북한 비핵화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고, 바이든의 안보팀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대선 티비토론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폭력배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미 소식통은 “워싱턴에서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속여넘겼고, 한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정 후보자가 그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에서 “정 실장은 나중에 김정은에게 먼저 그런 초대(북ㆍ미 정상회담)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또 “‘하노이 노 딜’ 며칠 뒤 정 실장과 이야기했는데,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을 비핵화하겠다고 한 게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걸음을 뗀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했다”며 문 대통령의 비핵화 접근법을 “조현병적 아이디어”로 표현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 “볼턴의 회고록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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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자가 외교장관이 된다면, 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바이든 행정부에 싱가포르 합의 계승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을 설득하는 게 주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북미 대화는)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평가하며 “전반적 접근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대미 외교 과정에서 ‘싱가포르 선언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면 동맹 관계에서 부작용 발생은 물론이고, 이번 인선이 애초에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더 중심에 두고 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은 정 후보자 내정을 “북한과의 대화를 부활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김형진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뉴스1] |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차관보 등을 지낸 김 차장은 외교부 내에서도 손 꼽히는 미국통이자 북핵통이다.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김준구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는데, 김 비서관 역시 대미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 이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전문성 부족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직접 업무에 관여하는 상근직이 아니라 사실상의 경질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특보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복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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