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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민생사법경찰단에 ‘방역 위반’ 수사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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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감염법 위반 등 검거 후 관할 경찰서 넘겨 ‘이중 절차’

수사 지식 부족한 방역·역학조사관 2명에게만 수사권 부여

“조사·단속 공무원도 권한을” 법 개정 발의 5개월 넘게 방치

[경향신문]

지난달 18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이틀간 잠복한 끝에 집합금지 대상인 유흥업소의 불법영업을 적발했다. 영등포구의 한 유흥주점은 집합금지 공문이 붙은 주 출입구의 셔터를 내려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꾸민 뒤 뒷문으로 고객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시 민사단은 이날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영업을 해온 유흥주점 2곳과 일반음식점 1곳, 당구장 1곳 등 4개 업소 업주와 고객 등 35명을 검거했다. 민사단 관계자는 “16일부터 업주의 감시망을 피해 잠복근무를 하면서 불법 운영 의심 업소를 파악해 현장을 급습했다”고 말했다. 민사단은 단속 전에 업소명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합동점검 직전까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검거된 업주와 고객 등은 모두 단속 당일 출동한 관할 경찰서로 넘겨졌다. 민사단은 감염병예방법상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속돼 특정 영역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검찰과 같은 수사권을 행사하는 일반사법경찰(경찰)에 비해 수사영역이 제한돼 있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상 수사권은 수사 관련 지식이 전무한 4급 이상 방역관과 역학조사관에게만 부여돼 있다. 서울시에서 특사경으로 지명 가능한 서울시 소속 방역관·역학조사관은 의사 출신인 박유미 시민건강국장 등 2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11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에 법 개정을 건의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만큼 방역관 및 역학조사관으로 제한돼 있는 수사권한을 감염병 조사·단속 사무를 맡은 4~9급 공무원으로 확대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부 범죄로 제한된 수사 대상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범죄 전부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21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이 발의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1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11월18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발생했고, BTJ열방센터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조속한 법 개정을 계속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사경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단속 및 점검으로 적발된 위반사항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현재 경찰의 협조를 받거나 경찰에 고발조치를 하는 이중 절차를 밟고 있어 즉각 대응과 후속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법 개정 시 특사경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사건 수사에 실효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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