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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제2의 정인이' 막으려 인력·교육시간 2배로...예산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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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경찰은 이날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당초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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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 인력과 교육시간을 두배로 늘린다. 또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피해아동을 보호할 쉼터도 추가로 신설키로 했다. 정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내놨다.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동복지기금’ 설치 계획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전담공무원 교육시간 80→160



이번 강화방안의 핵심은 현장 대응력에 집중됐다. 정인이의 경우 허벅지 멍 등으로 3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이뤄졌지만, 가해자와 제때 분리되지 않았다. 결국 사망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는 우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판단·역량 등을 높이려 보수교육(40시간)을 새로 짰다. 이들 공무원은 학대의심 아동조사부터 분리보호 결정까지 맡고 있다. 주요 사례집도 공유된다. 새로 배치되는 전담공무원의 경우 교육이 160시간으로 기존보다 2배 증가했다. 실무·법률교육 위주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파견교육의 경우 24시간에서 80시간으로 확 늘었다.

중앙일보

15일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도시철도 3호선 수성못역 외벽에 설치된 대구경찰청 홍보 전광판에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아동학대 신고 112'라는 문구가 송출되고 있다. 이 전광판은 대구경찰청이 범죄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정보 전달을 위해 대구 출신 세계적 광고 전문가 이제석씨에게 의뢰해 설치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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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인력 292→664명으로



전담공무원 인력도 앞으로 전국 229개 지자체에 664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배치인력은 118개 지자체, 292명에 그쳤다. 2019년 아동학대 의심건수는 3만8380에 달했다. 계획대로 배치가 이뤄지면, 전담공무원 한 명당 57.8명의 사례를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인원만 늘려서는 안 된다. 질적인 부분을 함께 신경 써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전문화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격무에 제비뽑기로 선발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아동학대 전담업무 맡기를 꺼리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한다. 24시간 언제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하는 데다 가해 의심자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비뽑기’로 직원을 선발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정부는 근무여건을 개선하려 차량, 초과근무 상한(57 →70시간),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 전담공무원과 경찰 간 동행 출동을 원칙으로 정했다. 아울러 그간에는 아동학대 현장조사 때 출입가능 범위가 ‘신고현장’으로 제한됐었다. 이걸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까지 확대했다. 앞으로는 밖에서 신고가 들어와도 집 안 조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사거부 때 부과하던 과태료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렸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전담공무원이 조사과정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할 것”이라며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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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권덕철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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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 아동쉼터도 확충



오는 3월 30일부터 즉시 분리제도가 시행된다. 일 년간 2회 이상 신고가 들어와 학대가 강하게 의심될 때 또는 보호자가 아동의 답변을 방해할 때 등에 적용된다. 가해자로부터 분리한 뒤 조사 등이 이뤄질 때까지 학대피해 아동 쉼터 등에서 보호하게 된다. 하지만 쉼터는 전국에 76곳에 불과하다. 지자체 70% 가까이가 없다. ‘원정’ 입소를 해야 할 처지다. 정부는 당초 올해 19억9000만원을 들여 15곳을 더 늘릴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14곳을 더 추가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아동복지기금’ 설치계획은 빠졌다. 현재 학대예방 사업은 주로 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대부분이 복권기금(기획재정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범무부)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이 때문에 신속한 예산편성·지원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선 쉼터만 해도 운영비가 부족해 후원금, 법인 전입금 등으로 메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학대예방사업, 예산운영 주체가) 이원화돼 있다 보니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복지부에 아동복지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이우림 기자 kim.minwo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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