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바이든, 위안부 문제 쉽게 관여 않겠지만 지소미아엔 강경할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ㆍ미ㆍ중ㆍ일 전문가 34명 설문조사

문재인-바이든 정부 '정책 케미' 전망



1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차에 새로운 동맹 카운터파트를 맞게 됐다. 정부가 연속성을 갖고 추진해온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케미’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에 중앙일보는 한ㆍ미ㆍ중ㆍ일 외교안보 전문가 34명이 참여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현안별 입장을 전망했다. 정통 외교로의 복귀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을 고려할 때 식견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은 상당한 함의를 지닐 수 있다. 설문은 객관식 문항 18개 및 주관식 문항 20개로 구성됐으며, 조사는 11~18일 진행했다.

중앙일보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공판 직후 입장을 밝히는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 재판부는 일본 정부에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 요소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한ㆍ일 관계 개선이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한ㆍ일 간 갈등의 중심에는 반세기 이상 뇌관으로 작용해온 과거사 문제가 있다. 이 중 위안부 피해 문제, 강제징용 문제로 촉발된 일본의 수출 규제 및 한국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해 전문가 34명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위안부 문제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입장을 묻자 “한ㆍ일 양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미국이 쉽게 관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답변이 38.2%(13명)로 가장 많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미국은 양자 문제에 기본적으로 강하게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위안부 문제는 미국 민주당이 중시하는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거리를 두고 한ㆍ일 양자가 자체 해결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전문가들이 예상한 현안별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_위안부 피해 문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2015년 위안부 합의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도 추가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한국 측 의견에 더 동조할 것이란 응답은 14.7%(5명), ‘한국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것은 잘못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도 한국이 해야 한다’는 일본 측 의견에 더 동조할 것이란 응답은 11.8%(4명)로 비슷하게 소수였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도 함께 노력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이행되기를 바이든 정부도 원하겠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가 화해ㆍ치유 재단까지 해산한 데다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다는 원칙 등에 따라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 해도 한ㆍ일 관계 악화는 바이든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중앙일보

전문가들이 예상한 현안별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_일본의 수출 규제 및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현재는 유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ㆍ일 간 또 다른 갈등 사안인 수출 규제 및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와는 전혀 다른 예상을 내놨다. 34명의 전문가 중 바이든 행정부가 “한ㆍ일 양자 간 해결할 문제로 미국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3명(8.8%) 뿐이었다. 반면 “일본이 경제 보복을 계속하더라도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일 것”이라는 응답은 25명(73.5%)에 이르렀다.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계속할 경우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라는 의견은 한 명뿐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에 대응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가 미국이 강하게 반대해 이를 유예했다. 정부는 아직도 “유예한 것뿐이지 일본 태도에 따라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럴 경우 또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소미아는 한ㆍ일 관계뿐 아니라 한ㆍ미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근간이 되는 것이라 (한국이) 지소미아를 부정할 경우 동맹 이탈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안보 문제인 지소미아가 대일 교섭 카드가 될 수 없고 대미 관계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이제 한국도 충분히 인식할 것”이라며 “역사 문제에 무역을 연계한 일본의 조치는 물론이고, 거기에 안보문제까지 연계한 한국의 판단 역시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철재ㆍ유지혜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베이징ㆍ워싱턴ㆍ도쿄=신경진ㆍ박현영ㆍ이영희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도움주신 분(가나다순, 외국 전문가는 무순)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황준국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산하 파디대학원 교수 ▶비잉다 중국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교수 ▶리춘푸 중국 난카이대 교수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 ▶오쿠조노 히데키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