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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삼성, 또 비상경영체제…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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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년 만에 재구속 충격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체제 전환

‘총수 공백’ 중대 결정 중단 불가피

李부회장 ‘뉴 삼성’ 플랜도 악재

삼성전자 주가 3.41% 급락 마감

경총·전경련 “경제 전반 악영향”

외신도 “한국 경제 불안 요인”

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18일 한 직원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을 나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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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총수가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같은 의미인 한국의 경영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은 그룹 전체에 적잖은 타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이 미칠 경제 전반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날 3년 만에 총수 부재 상황을 맞은 삼성은 다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삼성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 부회장이 총수 역할을 할 때와 비교해 명백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구심점이 되어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리더십 공백을 온전히 메꾸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재편이나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 미래먹거리 확보 등과 같은 그룹 전반에 걸친 굵직한 의사결정은 총수의 몫인 만큼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때도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그룹 인사가 연기되는 등 회사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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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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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뉴 삼성’ 플랜도 악재를 만났다. 그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 산업’으로 선정해 첨단 기술 분야 국제 석학들과 교류하며 핵심 인재 영입에 앞장섰다. 또 2019년에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1위 달성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삼성의)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판결이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연말부터 승승장구하던 자본 시장도 이 부회장 구속에 출렁였다. 이날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보다 3.41% 내린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신도 이 부회장 구속 소식에 주목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집행유예를 예상하던 시장이 동요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코로나19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거대 기업의 사령탑 부재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혜정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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