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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기자수첩]육군 부사관단의 인권위 진정, '하극상'으로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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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본지는 작년 11월 23일자 <> 기사를 보도한바 있다. 부사관들이 장교에게 경례도 하지 않고, 초급 장교가 부사관에게 ‘님’자 없이 호칭했다가 ‘교육’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해 연말 일선 주임원사들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이같은 사례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장교를 존중할 때 여러분이 대우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주임원사들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실 남 총장의 발언을 잘 들여다 보면, 이는 반말과 존댓말의 문제가 아닌 명령어냐 아니냐의 문제다. 군 계급 체계상 장교가 상급자, 부사관이 하급자다. 부대관리훈령에는 상급자에 대해 성(姓)과 계급 또는 직명 다음에 ‘님’자를 붙이도록 돼 있다. 하급자에게는 성과 계급 또는 직책명으로 호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나이 어린 장교라도 김씨 성을 가진 상사를 김상사라고 호칭하는 것은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일부 주임원사들은 서로 존대하는 게 일반적인데 존칭을 쓰는것에 감사하라는 총장 표현에 뿔이난 모양새다.

그간 부사관들은 이른바 ‘짬’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해 왔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직책 뒤에 어거지로 ‘요’자를 붙여 ‘주임원사요’, ‘인사계요’, ‘보급계요’ 등의 호칭을 사용했던 배경이다. 일선 부대에서 나이 많은 부사관들이 초급 장교들에게 ‘님’자를 생략하고 ‘~중위’라고 부르는 경우는 허다하다. 반말과 급기야 불손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사시를 대비한 군의 계급과 상명하복 문화는 필요가 없어진다. 부사관이 나이 많은 병사를 하대해야 하는 이유 또한 설명할 수 없다. 부사관들이 일선 장교를 넘어 총장까지 들이받은 ‘하극상’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이데일리

육군 부사관 임관식 자료사진 (사진=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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