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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與는 연일 공격하는데… “윤석열·최재형, 정치 목적은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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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신년회견]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여권과 갈등을 겪어온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최근까지 두 사람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사퇴를 압박해온 것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일정 등을 의식해 임기 말 불협화음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으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2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재가하면서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보였다. 1년 전 기자회견에서도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해온 윤 총장에게 “국민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에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윤 총장 징계를 무효화하자 문 대통령은 “국민께 혼란을 드려 인사권자로서 사과드린다”며 태도를 바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잘못 가고 있다는 판단을 했지만 민주당이 추 장관과 함께 윤 총장을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뒤집을 수가 없었다”며 “이제서야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부에선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윤 총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정치검찰 총장이 된 현 상황을 문 대통령이 교통정리한 것”이라고 했고, 다른 친문계 의원은 “그가 국민의힘 쪽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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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최재형 원장이 이끌고 있는 탈원전 감사와 관련해서도 “국회 요청에 따른 것이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과 나흘 전인 14일 대통령 측근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 원장이 명백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 것과는 배치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여권 인사들이 탈원전 감사와 수사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공격해왔지만 대통령은 ‘정말 그렇겠냐’는 말을 많이 했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윤 총장과 최 원장을 재신임하는 발언을 한 것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과 지지율 하락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선을 그은 것도 친문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박 전 대통령 대법원)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기 내 사면 여지는 남겨뒀다. 문 대통령은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또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이 4년이나 옥고를 치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것 등을 고려하면 당장 사면까지는 아니더라도 형 집행정지 등의 방법으로 수감 상태를 벗어나게 한 후 임기 말 분위기를 봐서 사면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당대표 시절 만들었던 ‘무공천 원칙’을 뒤집고 민주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데 대해선 “당과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헌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제가 만들었다고 해서 신성시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와 박 전 시장을 모두 언급하며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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