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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위안부 판결 곤혹스럽다" 달라진 文대통령 태도에 日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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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바람직하지 않아"

강경 입장서 선회..최악 피할 방법 모색하나

일본, 진의 파악 중..."향후 행동 주시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현안을 놓고 그간 여권의 강경 기조와는 다른 완화된 입장을 내놨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우리 법원의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선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는 언급도 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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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 "과거사는 과거사고, 미래지향적 발전은 그것대로 해 나가야 한다"며 "과거사도 사안별로 분리해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최근 법원 판결에 대해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적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해법을 찾도록 한일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된다든지 하는 방식은 양국 관계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인데 다만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고들이 동의할 방법을 양국 정부가 협의하고 한국 정부가 그 방안으로 원고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년엔 "중대한 흠결 확인"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은 그간의 대일 강경 기류와는 궤가 다르다. 한국의 법원 판결을 놓고 "곤혹스럽다"고 표현한 것이나, 박근혜 정부인 2015년 이뤄졌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정부간 공식적 합의"라고 못박은 점도 그간 정부의 대일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2017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엔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와는 뉘앙스가 달라졌다.

2015년 12월 양국 정부는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고,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의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를 배제하고 한·일 정부가 서로 요구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는 인식하에 2018년 재단을 해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현금화 강제집행' 입장은 대일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기업 자산의 강제적 현금화'는 그간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해체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사안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피력한 만큼 최악은 피하자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한·일 간 강제징용 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물밑 채널 구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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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해 10월 30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에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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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일본은 갑작스러운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学)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대일 관계 관련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정부로선 이 발언에 유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일본과 협의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유의함과 동시에, 한국 측의 실제 향후 행동을 주시해나가려 한다"며 평가를 유보하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는 "진의를 알 수 없다"며 한국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 측이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리 관저의 한 간부도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교도통신은 그동안 강제노역 문제에 대해 '사법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던 문 정부가 "일본 정부가 더 반발하는 위안부 소송 판결이 나오자 대립 격화를 피하기 위해 일본 자산 매각을 회피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 강제 집행 현금화를 피할 수 있는 묘수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강제징용 사안은 이미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만큼 되돌릴 수 없어서다. 국내 법조계에선 "원고들이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이상 현금화 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도 한국 정부가 현금화를 피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건 처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일본과 원고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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