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트럼프 임기말 되자…판치는 ‘사면 로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이 다가오면서 일부 측근들이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주겠다’며 부유한 범죄자들로부터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에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사면권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수차례 사면을 단행해왔다. 이 때문에 임기 말 이른바 ‘사면 로비스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에 도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사면 로비의 열기가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연방 검사 출신으로 사면·감사에 대해 백악관에 조언을 해왔던 브렛 톨먼은 대표적인 사면 로비스트 중 한 명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수주 동안 사면 로비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고 한다. 톨먼은 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아칸소주 전 상원의원의 아들, 악명 높은 온라인 마약 거래 시장 ‘실크로드'의 설립자, 사기로 유죄를 인정한 맨해튼 사교계 유명 인사 등의 사면 로비를 맡고 수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톨먼은 최근 사면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부친을 비롯한 3명의 사면·감형에 기여했다는 성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존 다우드는 트럼프와의 친분을 내세워 부유한 흉악범들로부터 수만달러씩을 받아왔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 변호사 자리에서 물러난 다우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쿠슈너 등 백악관 고위급에게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면 로비 마케팅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잠재적 고객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제도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고도 한다. 이밖에 맷 슐랩, 마크 카원 등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로비스트들이 사면권 로비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기밀 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존 키리아쿠는 자신의 사면을 위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고위급 고문으로 일했던 캐런 지오르노에게 5만달러를 착수금으로 건넸다. 사면이 성사되면 성공보수로 5만달러를 더 주기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키리아쿠는 사면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나설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200만달러를 줘야 된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줄리아니는 키리아쿠와 만난 기억이 없으며 자신의 동료 중 누구도 키리아쿠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NYT는 “사면권은 점점 더 고립되고 변덕스러워지는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빠르고 일방적인 행동을 위한 마지막이자 가장 가능성 있는 아웃렛 중 하나”라며 “언제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는 참모들에게 자기 자신을 사면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싶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전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미 법무부에서 사면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마거릿 러브는 “이는 (사면) 절차를 최소한 공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오랜 노력에 대한 근본적인 위반”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NYT의 보도에 대한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다.

[이옥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