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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1월 집단면역? 의사 4000명이 하루 40만명 접종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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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목표대로라면 8개월간 6600만명 접종

인력 확보 등 전략 잘 짜야…우선순위 논란도 여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내달 말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목표대로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접종 우선순위를 확정하고 접종 장소·인력 등 인프라를 갖추기까지 과제가 많은 데다 백신 공급에도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접종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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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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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접종 때처럼 하면 하루 의사 4000명 필요”



17일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목표’와 관련, “접종 이후 항체 형성까지 대략 2~3주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월 말에는 접종을 끝내야 한다는 얘기”라며 “물리적으로 촉박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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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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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첫 백신이 될 아스트라제네카의 품목허가와 출하승인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절차가 빨라야 2월 말~3월 초경 끝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승인이 떨어져도 전국 의료기관까지 백신이 배송돼 실제 접종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전병율 교수는 “일러도 3월 중순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며 “우선 접종자 3600만명에게 백신을 맞힌다고 했을 때, 얀센 백신(600만명분·1회)을 제외한 백신 접종이 2회인 걸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8개월간 6600만명에게 접종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주말 빼고 접종 가능한 날을 한 달 20일로 잡아 8개월간 160일이라 쳐도 하루 약 40만명에게 주사를 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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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서구 화곡동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접종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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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때 1일 상한(예진 시행 의사 1인당 1일 100명)을 고려하면 하루에 의사 4000명이 필요하단 것”이라며 “의사를 어떻게 확보할지, 의사 1명당 간호사는 몇 명을 배치할지, 사전 통제 인원 등은 어떻게 할지 등을 다 염두에 둬야 한다.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처럼 냉장 보관·유통이 가능한 백신은 독감 접종 경험이 있는 1차 의료기관에서,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모더나와 화이자는 지역별로 별도의 센터 100~250곳을 지정해 접종하는 투트랙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진 의료기관 접종의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센터에서의 대규모 접종에 우려가 더 크다. 전병율 교수는 “여름철 폭염과 장마에 대비해 여러 사람이 모일 실내 체육관 등을 센터로 지정하되 접근성을 위해 지자체마다 지역민을 이송할 백신 버스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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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신중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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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현재 공공병원, 보건소 인력이 코로나 방역에 투입되어 있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중앙에서 지침을 만들어도 지자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 백신 접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의료진이 계속 접종하기 어렵고 로테이션이 있어야 한다”며 “코로나가 크고 작게 유행할 것인 만큼 선별 진료, 역학조사 업무에 접종까지 더해지는 것이라 인력 운용계획을 크게 그려보고, 미시적으로 하루에 몇 명을 접종할지 지역별, 대상별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응만으로도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고위험군 빼곤 나이순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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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으로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준비 계획을 보고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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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누가 먼저 맞을지 우선순위 문제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가 여러 관련 학회에 회람한 초안에 따르면 요양병원·시설 노인과 종사자, 코로나19 치료병원 등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65세 미만의 경우 위험도가 중등도 이상인 만성질환자 등이 앞선 순위로 검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고령자부터 나이순으로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만성질환’의 범주와 ‘중등도 이상’을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기저질환을 따지고 필수인력을 따지면 갈등의 요소가 생긴다”며 “요양병원 노인 외에는 연령대로 맞혀야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큰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는 “기저질환자 중에서도 투석하는 환자를 빼고는 정말 누가 급하다 말하기 어렵다”며 “당뇨를 앓고 있으면 사망 위험이 크다고 하지만, 당뇨도 중증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험도를 따지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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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신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는 그래픽 이미지. 김영희 기자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만성질환자를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 진단됐거나 아직 검사 중이거나 병원에 방문하지 못한 고위험군들은 알 수 없다”며 “65세 미만 연령은 연령대로 확대해가는 것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률이 정부 예상만큼 오를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백신 유통사고 탓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독감 접종률은 지난해 말 기준 71% 수준에 그쳤다. 최근 전국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식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67.7%)은 ‘백신의 안전성 등을 어느 정도 지켜본 후 접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병율 교수는 “접종 협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접종했을 때 증명서와 함께 지원금을 주는 등의 다양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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