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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차선 두고 최악' 상법 3%룰 밀어붙인 여당…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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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theL][기업법분석-개정 상법 3%룰③] 감사위원회 이사회 분리·준법감시제도 등 차선 놔두고 최악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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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기업들이 상법 3%룰 개정을 포함한 공정거래3법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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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개정 상법 3%룰이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문제해결 보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법조계의 우려다. 대주주의 이사 선임권 제한은 위헌성이 짙은 데다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예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시키거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자체 컴플라이언스를 독려하는 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 맞지만…3%룰은 잘못된 해법

17일 정치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상법의 3%룰은 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주주가 뽑은 이사들이 감사위원으로서 이사회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같은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정 상법의 3%룰은 정답이 아니라고 법조계는 비판한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가 지난해 6월 경희법학에 게재한 '감사위원회와 분리선임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는 사외이사 제도가 아직 우리나라에 정립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상법 제415조의2 제2항에 따라 감사위원회 인원 3분의 2는 사외이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제도의 약점은 곧 감사위원회의 약점이 된다.

우리나라 사외이사들은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국세청,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경영보다 각종 '민원' 해결에 특화된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탓이다.

권 변호사의 논문에 인용된 기업평가사이트 CEO 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30개 대기업집단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190개 상장사 사외이사 656명의 출신이력을 분석한 결과 약 40%가 관료 출신이었다. 권 변호사는 "전직 CEO 등 기업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과 큰 차이점으로 대체적으로 감사위원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논문에 인용된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59개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267곳의 이사회 안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99.59%로 집계됐다. 이처럼 사외이사의 전문성, 의사결정 능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3%룰을 통해 선임권한을 소액주주에게 넘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사외이사들은 자신을 선임해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충성하게 될 것"이라며 3%룰은 사외이사를 부리는 주체를 대주주에서 소액주주로 바꿀 뿐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라고 해서 전문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사외이사를 뽑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출자금 보전, 단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가 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가 감사위원까지 겸하게 된다면 경영판단이 방해받거나 기업정보가 누설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권 원장은 우려했다.


대안 있는데도 3%룰 고집? "전근대적 방식"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제도를 개선하겠다면 3%룰보다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분리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감사위원회를 이사가 아닌 외부인사들로 구성하게 하고, 여기에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자체 컴플라이언스 기구를 설립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권 변호사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가져갈 수 있게 장려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런 것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ESG(Enviro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이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다"며 "자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살아움직이는 경제활동과 법이 불일치하게 돼 탄력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3%룰 재고 가능성 희박…3월 주총 대비 보완이라도 해야

현 여당의 기조를 볼 때 3%룰이 늦춰지거나 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당장 3월 주주총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 보충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상장사 지분대량보유 공시의무 기준을 5%에서 3%로 낮추는 방안, 기관이 헤지펀드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제공에 나서는 방안 등이 있다.

정준혁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상사법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헤지펀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분대량보유 공시의무 기준을 5%에서 3% 낮추는 것, 기관 차원에서 헤지펀드 분석·답변 역량을 제고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이 헤지펀드의 개입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권 원장은 "프랑스는 정부가 헤지펀드의 행동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기업을 보호할 의사가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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