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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무튼, 주말] 강경화 장관의 투자 수익률은 150%?... 증시는 지금 여성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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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활황

’우먼 버핏' 약진

60%.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난 13일 기준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다. 안 교수는 2019년 6월부터 매달 1~2회씩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게다가 한번 살 때마다 정확히 100주, 또는 50주씩 사들였다. 마치 적금하듯 주식 투자를 한 것이다. 안 교수가 처음 살 때 4만2000원 수준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1년 6개월 만에 9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투자는 안 교수보다 더 단순하지만 수익률은 더 극적이다. 2017년 장관에 임명되기 전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었고 지금까지 장기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강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1만주) 평가액은 3억8700만원. 이 주식이 13일 기준으로 9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주가 상승분 외에 매년 1000만원 넘는 배당금을 받은 것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1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넘으면 강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자산도 10억원 이상이 되면서 법적으로 대주주가 된다.

지난 11일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는 등 주식시장 상승세가 뜨거운 가운데 안 교수나 강 장관처럼 주식 투자 수익률 50%를 훌쩍 넘긴 여성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의 투자 공통점은 ①소수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고 ②단기적 주가 움직임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으며 ③한번 투자한 주식은 오랫동안 보유하는 안정적 성향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런 여성 투자자들의 투자 스타일이 미국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먼 버핏’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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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안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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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버핏이 동학 개미 운동 주도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우먼 버핏’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작년 3월이다. 코로나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대거 유입된 개인 투자자, 이른바 ‘동학 개미’의 다수가 여성이었다. 작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증권에서 열 달간 개설된 300만여 계좌 주인 중 절반(51%)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작년 3월 처음 주식 투자를 했다는 김은희(40)씨는 “자주 가는 맘카페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금이 싸게 살 기회’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고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다들 삼성전자뿐 아니라 네이버, 현대차 같이 나도 아는 회사 주식을 강력 추천하길래 그런 기업 위주로 사들였는데 수익률이 40%가 넘었다”고 말했다.

김씨 말대로 가입자만 수만 명인 대형 인터넷 맘카페에 주식 투자 관련 글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기자가 데이터 수집 기법을 활용해 가입자 3만명 이상인 인터넷 맘카페 5곳에 올라온 주식 관련 글 150건을 골라 분석해보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삼성전자(221회)였고, 네이버(150회), 카카오(144회), 씨젠(91회) 등이 뒤를 이었다. 씨젠은 코로나 진단 키트를 개발한 회사로 작년에만 주가가 6배 가까이 오른 기업이다. 맘카페에서 언급한 주식 투자 종목 대부분이 대형주나 우량주라고 하는, 일반인에게 친숙한 대기업이었다. 실제로 여성들이 투자한 것도 이런 우량주 위주였다.

KB증권에 따르면 작년 새롭게 주식 투자에 뛰어든 여성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개별 종목은 삼성전자, 신풍제약, 씨젠, 셀트리온 순이었다. 또한 작년에 주식 계좌를 개설한 여성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4.3%로 남자들(2.7%)의 두 배가량이었다. 또한 여성 투자자들의 평균 회전율(주식을 사고파는 횟수)은 약 2만4000%로 남성(16만%)에 비해 훨씬 낮았다. 여성들은 한번 주식을 사면 더 오래 보유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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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에서는 안 교수의 주식 투자법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 또는 수량을 꾸준히 우량주에 투자하는 이른바 ‘적립식 주식 투자’ 방법이 대세다. 지난 1년간 적립식 주식 투자법을 설명한 글만 30건이 넘었다. 이런 글은 적금이나 펀드 대신 적립식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로 하나같이 수익률을 꼽았다. 이자율이 높아봐야 한 자릿수에 불과한 시중은행 적금에 비하면, 같은 금액을 삼성전자에 투자해 최소 4~5배에서 높게는 10배 가까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주식은 폭등과 폭락을 오가기 때문에 적금에 비해 불안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 수익률이 더 높다는 근거를 대는 글도 많았다. 지난 2월부터 한 달에 50만~100만원어치씩 꾸준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식을 사 모았다는 주부 이모(37)씨는 “아이 학자금으로 쓰거나 물려줄 용도로 모은다”며 “길게 보면 적금보단 낫고, 아이가 자라면 같이 주식 이야기를 하면서 경제 관념도 길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투자 과열 양상에 거품 우려도

‘우먼 버핏'이 작년부터 승승장구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주식시장 상승을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 같은 대형 우량주가 이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었던 지난 7~8일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약 540조원)부터 15위인 포스코(약 25조원)까지 모두 다 주가가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 시총은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 안팎이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주식시장도 오르고, 내리면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 하는 맘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어차피 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할 것이니, 미국 주식에 투자할 거 아니면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게 정답”이란 논리가 통용되는 이유다. 이런 논리에 따라 여성 투자자 대부분이 우량주 위주로 꾸준히 투자한 것이 작년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덕분에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남자 투자자 중에는 이런 주식시장과 거꾸로 가는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남성 투자자들은 일명 ‘곱버스’라고 하는 도박성 짙은 상품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 상품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다.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2000만원 넘게 손실을 본 김모(32)씨는 “문재인 정부가 방역에 실패해 경제가 엉망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4월에 투자했는데 주식시장이 예상과 거꾸로 가는 바람에 망했다”고 말했다.

투자 시점을 놓쳤다가 뒤늦게 뛰어드는 여성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 이재은(33)씨는 “작년에 망설이다가 결국 투자를 안 했는데 연초부터 삼성전자가 9만원까지 치솟는 걸 보고 더 후회하기 전에 뛰어들었다”며 “어차피 장기 투자 하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에 여기서 떨어진다고 해도 진득하게 붙잡고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뒤늦게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이 5조원어치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 과열 양상이 거품으로 이어져 결국 여성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 11월부터 주식시장이 3개월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과열에 대한 부담도 큰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급격하게 오른 만큼 주가가 빠질 가능성도 큰데, 가격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여성 투자자들이 증시에 버팀목이 되어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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