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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빚더미 오른 가계·기업… 세밀한 출구전략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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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잔액 증가폭 역대 최대

한은 총재 “대출기반 투자 우려”

부실로 이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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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국내 증시가 상승하는 가운데 과도한 레버리지(대출)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우려스럽다”며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빚투’ ‘영끌’ 등으로 인한 자산버블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한은은 금통위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도 동결했다. 저금리 속에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는 ‘버블’ 논란을 감안한 조치다.

가계·기업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작년 말 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잔액이 총 1965조원에 달했다. 가계대출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00조원 늘었다. 제2금융권 대출을 포함하면 그 규모가 112조원에 이른다.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원으로 107조원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2004년·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생계·운영자금 수요가 폭발하고, 빚내서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과열 현상이 몰고 온 결과다. 가계·기업 대출의 폭발적 증가는 자칫 경기회복으로 금리 상승 국면이 도래하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게 뻔하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한국의 가계·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면서 민간부채 위험수위를 기존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높였다.

나랏빚도 증가일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에 달한다. 1년 만에 123조7000억원 증가했다. 93조원의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담은 558조 슈퍼예산을 편성한 올해 말에는 956조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9년 37.7%에서 지난해 43.9%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엔 47.3%로 높아진다. 이 추세라면 2024년에는 60%에 육박한다. 정부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여전히 재정을 퍼부어 경제를 지탱하는 데 목매고 있다. 방만한 재정지출로 나라 곳간이 바닥나고 자원 배분마저 왜곡하는 부작용은 개의치 않는다.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 빚이 느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계·기업 부채와 나랏빚이 나란히 급증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고 부채로 버티는 상황에서 부동산·증시로 자산이 집중되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위험하다. 그렇다고 대출 옥죄기를 서두르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벼랑으로 내몰 위험이 크다. 지금도 돈을 빌리기 힘든 서민은 제2금융권의 10% 이상 고금리를 감내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계·기업 부채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등은 금융·재정정책을 조화시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선심성 지출을 줄이고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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