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5 (수)

[필동정담] 섬뜩한 예지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아키라'는 일본의 대표적 사이버펑크 SF애니메이션이다. 2019년 3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도쿄가 주 무대다.

이 작품은 무려 40년 전 2020 올림픽 개최를 예언했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1982년 만화판 '아키라'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팬데믹이 언급된다. 1988년 극장판엔 '(올림픽) 중지다 중지'라는 벽면 낙서가 등장한다. 1980년대에 도쿄올림픽과 연기, 팬데믹을 모두 다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미국의 인기 애니 '심슨 가족'은 더더욱 경이롭다. 예컨대 1998년 11월 방영분에 '20세기폭스' 건물과 간판이 등장한다. 간판 아랫부분엔 '디즈니의 한 사업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마치 20세기폭스가 월트디즈니에 속한 회사처럼 묘사된 것이다. 두 거대 기업의 합병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월트디즈니는 19년 후인 2017년 12월, 20세기폭스를 인수한다.

힉스 입자의 존재와 질량을 예측한 방정식(1998년)도 눈길을 끌었다. 방송 후 14년이 지난 2012년, 이 입자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입증됐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심슨 가족'에 등장한 방정식을 풀 경우 실제 힉스 질량에 아주 근접한 숫자가 나온다.

2012년 완공된 런던의 '더 샤드' 건설을 17년 전에 미리 예견한 듯한 장면 역시 큰 화제가 됐다.

'심슨 가족'은 도널드 트럼프와도 인연이 깊다. 2000년 방영분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16년 후 실제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처럼 만화의 상상력은 종종 '소름 끼치는 예언'으로 이어지곤 한다.

'심슨 가족'은 작년 11월 방영분(호러31의 나무집)으로 또 한 번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자막에 찍힌 날짜가 2021년 1월 20일이다. 그날은 섬뜩하게도, 미국의 새 대통령 취임일이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