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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경환의생활속법률이야기] 먼저 사람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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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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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법률지식만으로 고위층에 올라가면 안 된다.”

“법학은 인간 존중의 학문이다.”

대학시절 형법 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여러분은 이제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사회에 나가 공직자가 된다. 법을 공부한 사람은 법률 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대학에서 형법을 배울 때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설명하면서 먼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던 교수님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의하면서 한 학기를 마친 기억이 있다. 당시 고시공부에 정진하던 때라 교수님의 무성의한 강의준비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사람이 되고 나서 법적 판단과 집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늦게나마 선생님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어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법과대학에서는 ‘형평과 정의’를 생각하며,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대부분이 되도록 법을 운용해야 한다고 배웠다. 법은 사회문화의 소산이므로, 사회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물 흐르듯이 순리에 맞추어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요즈음 소위 고위층들의 행태를 보면, 법이란 형식적으로 만들면 되고 자신의 뜻대로 시행하면 되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방향을 정하여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국민의 뜻이라고 호도하며 행동하는 꼴을 자주 본다. 입법 만능주의 내지 형식적 법치주의라고나 할까, 자신이 원하는 법을 만들고 국민 전체의 뜻과는 달리 일부 지지자의 뜻에 맞추어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교수님의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뒤늦게야 깨우치게 되어 죄송스럽다. 법학교육은 정말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이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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