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제작된 네덜란드 영화 '블라인드'가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하얀 설경과 감각적인 미쟝센, 아름답고 먹먹한 사랑 이야기가 조금은 허전한 겨울을 채운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진정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통해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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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은 난폭한 성질로 고용인을 여럿 갈아치웠다. 새로 온 마리는 단호한 태도로 루벤을 제압한다. 어린 시절 학대로 얼굴과 몸에 흉측한 상처를 지닌 마리. 책을 읽어주는 그의 독특한 매력에 사로잡힌 루벤은 그가 아름다울 거라 상상하며 사랑에 빠진다. 마리는 난생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루벤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가 수술로 눈을 뜨게 되면서 곁을 떠난다.
루벤 역의 요런 셀데슬라흐츠는 후천적인 실명으로 상처받은 내면을 극단적인 폭력으로 드러낸다. 벼랑 끝에 선 듯한 절망 속에 마리를 만나고, 마리의 단호함에 호기심을 느끼는 루벤. 그는 난폭한 짐승같은 면모부터 첫사랑에 빠진 달콤한 소년의 얼굴로 스크린 앞에 선다. 영화의 서정적인 톤과 어울리는 섬세한 표정과 손 연기, 감정묘사를 통해 관객이 루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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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면 보이는 진실, 그리고 선택…'멜로의 바이블' 찬사 받은 이유
루벤이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되는 길이 열리면서 마리는 그를 떠난다. 마리를 잃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는 루벤. 감독은 루벤의 고통과 절망을 감각적인 시각적 효과로 담아냈다. 앞서 마리와 만나고, 설렘과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의 심리는 빛과 어둠의 쓰임, 손짓으로 표현된다. 시력을 되찾는 과정의 혼란과 루벤의 심적 고통이 맞물린 연출도 영화의 감흥을 배가시킨다.
눈 먼 소년과 표현에 서툰 여자의 심리를 드러낸 방식도 새롭게 느껴진다. 루벤과 마리를 이어주는 감각들은 촉각과 청각에 집중돼있다. 루벤은 마리의 상처를 더듬으며 '얼음꽃'이라고 부르고, 차가운 얼음판을 함께 만지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서로의 냄새를 통해 호감을 갖게 된다. '눈의 여왕'이 모티브이자 소재로도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감각의 효과를 동원해 잔잔하고 서정적인 동화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모든 걸 볼 수 있게 됐지만, 루벤은 마리를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남긴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그제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누군가는 예상했을 결말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위한 선택에 절로 눈물이 흐른다. 과연 평단으로부터 새로운 멜로의 바이블이란 찬사를 들을 만 하다. 14일 개봉.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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