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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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발생한다.’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임신 등의 신체적 흔적이 있다.’
지난달 교육부가 각 교육청을 통해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배포한 아동학대예방 체크리스트다. 가이드북은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나 방임을 당하는 아동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징후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행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된 학교 현장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매뉴얼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배포한 '아동학대예방 학교용 가이드북' 내용 중 일부. 지난해 7월부터 제작돼 12월에 배포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내용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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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사건 늘었는데…교사 신고는 급감
지난해 교사의 아동학대 신고는 급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사례 전체 신고 건수(1~8월)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특히 교직원에 의한 신고 건수(2~4월)는 1283건에서 200건으로 82.9%나 줄었다.
학대가 줄어서가 아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1~8월) 아동학대로 드러난 사건은 331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775건)보다 19.4% 늘었다. 가정 내 112 신고는 늘었지만(7515건→8451건), 학교나 보호시설 등 가정 밖 112신고는 줄었다(2183건→1707건).
학교 현장에선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기존 매뉴얼대로 아동학대를 감지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2년 전 담임을 맡았던 아이 중 학부모 방임 문제가 있는 아이가 마음에 걸려 지난해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그 선생님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그 선생님이 허투루 하는 사람이 아닌데, 온라인 상황에선 가정폭력 징후가 농후한 경우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 교사 B씨는 “가출·학교폭력 등 이차적 문제를 역추적해 아이들에 대한 방임이나 폭력을 확인하곤 했는데, 온라인 수업에선 이런 상황이 표면화되지 않아 발견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신체학대도 온라인 수업에선 감춰진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장 C씨는 “저학년 아동학대 체벌 흔적은 주로 팔에서 나타나는데, 온라인 수업에선 얼굴 외에는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매뉴얼이 비대면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배포하는 자료다보니 비대면에 국한된 상황보다는 기존 매뉴얼을 취합하고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원격수업이 시작되며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 교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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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들리는 부모 욕설도 학대?…교사들 "기준 모호"
온라인 수업 자체가 부모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한욱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조사팀장은 “원격수업으로 아동과 양육자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한 갈등이 아동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를 등교시킬 의무가 교사에게 전가돼 아이들이 방임의 경계에 놓이기도 한다. C교장은 “온라인 수업에 학생이 참석하지 않아 부모에게 전화하면 ‘직장에 나와 있는데 어떡하느냐, 선생님이 깨우시라’ 한다”고 했다.
실시간 원격수업에서 본 것만으로 신고를 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 C교장은 “원격수업 중에 가족들이 아이에게 비속어나 욕설을 하는 걸 교사가 듣기도 하는데, 이것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D씨는 “현장에서 어떻게 파악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 지침은 없고 미신고시 처벌만 강화하겠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아동학대 문제에서 학교현장보다 심리학 전문가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다 보니 현장 상황에 맞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징후 파악을 해보는 등의 새로운 기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담심리를 전공한 고유미 교사는 “최근 아동학대 신고의 상당수는 이웃들”이라며 “학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있는 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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