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투수 주권, 연봉 조정 신청…KBO 연봉 조정위서 최종 결론
kt wiz 주권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 최초로 '검사 출신 사장'과 '변호사 에이전트'가 맞붙는다.
대결 장소는 KBO 연봉조정위원회다.
kt wiz의 투수 주권(26)이 지난 11일 KBO에 2021년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KBO리그에서 연봉조정신청이 나온 것은 2012년 이대형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이대형은 연봉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구단과 합의해 취하했다.
주권의 연봉 조정신청이 이뤄진다면 2011년 이대호 이후 10년 만이다.
2015년 데뷔 이후 kt 마운드에서 '마당쇠' 역할을 맡아 궂은일을 톡톡히 한 주권은 지난 시즌 무려 7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주권은 2019년에도 71경기에 나서 6승 2패 25홀드,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전체 경기 수의 절반을 소화했다.
2020년 연봉이 1억5천만원이었던 주권은 이런 공헌을 내세워 올 시즌 연봉으로 2억5천만원을 요구했으나 kt 구단은 2억2천만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3천만원 차이로 KBO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게 된 것이다.
kt wiz 선수단 |
공교롭게도 지난해 4월 취임한 남상봉 kt wiz 사장은 부장 검사 출신이다.
또 주권의 에이전트는 강우준 변호사다.
검사 출신 사장과 변호사 에이전트가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kt는 자체적으로 만든 연봉 평가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연봉을 정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주권에게만 이 시스템에서 벗어난 연봉을 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의 시스템대로 연봉을 정한다면 '연봉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연봉 통보'다.
굳이 선수나 에이전트를 만나 '밀당'을 할 필요도 없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 사장'이 구단을 너무 규정대로만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숭용 kt 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중간 투수 평가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도 했다.
구단 스스로 연봉 평가 시스템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자인하면서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KBO 야구회관 |
역대 KBO 연봉조정위원회는 선수들에게 패배의 관문이었다.
20차례 열린 연봉조정위원회 결과 구단이 19번 이겼고 선수가 승리한 것은 단 1번이다.
KBO 관계자는 "이전에는 구단보다 선수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역대 스코어를 보면 KBO가 선수보다는 구단 친화적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이대호는 당시 7관왕을 차지하고도 7천만원 차이의 연봉조정위원회에서 구단에 패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선수를 대신해 에이전트가 연봉 조정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환경도 변화했다.
KBO 내부 기류도 일방적으로 구단 편을 들던 과거와 달리 선수들의 권리와 공정성이 화두로 떠오를 만큼 변했다.
10년 만에 열리는 연봉조정위원회는 '검사 출신 사장'과 '변호사 에이전트'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정지택 KBO 총재 취임 후 첫 조정위원회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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