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으로 정국의 중요 분기점이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여권은 정권 수호론을 꺼내들었다. 여야가 설정하려는 선거 프레임은 정반대지만, 후보 경선에선 같은 한계점을 안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고 기성 정치인들 간 대결 구도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야권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뛰어든 인사는 9명으로 늘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당 거부 시 출마 의사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조만간 출마를 단행할 예정이다. 초선 윤희숙 의원과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을 합치면 야권의 후보군은 14명으로 늘어난다. 말 그대로 후보 풍년이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의 3자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각각 3년,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2011년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오 전 시장이 야권 단일후보를 놓고 겨루는 형국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언한 '미스터트롯' 방식의 후보 경선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판 임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인재 기반과 경선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출마로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야권 단일화만 조명받고 있는 것 역시 당내 경선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후보 기근 현상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새 얼굴이 보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달 중 출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4선 의원이라는 경력을 가진 박 장관과 우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2018년 당내 경선에 나섰으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밀려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정치권의 인물난은 해묵은 과제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정치신인 영입에 나서지만, 유권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렵사리 정치의 길을 택한 이들을 정쟁과 계파 투쟁의 희생양으로 삼는 병폐도 여전하다. 정치에 환멸을 느껴 떠나거나,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은 정치신인들만 늘어간다. 소신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을 찾아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 정치도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한 가운데, 극성 지지층에 기댄 팬덤 정치인들만 득세한다. 정치신인을 길러내야 할 청년 정치 기반이 편가르기식 정치를 답습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탄생하기란 요연한 일이다.
새 얼굴이 보이지 않은 정치권의 현실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그 때 그 사람들이 선거에서 또 다시 맞붙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거대 양당이 지금부터라도 인재 영입 및 육성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이뤄질 수 없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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