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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대법 적용땐 문 닫았을 것" 사고 뒤 산재 '0' 바뀐 中企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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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사망사고, 중상자 2명 발생한 중소기업 두 곳

사고 뒤 예방시설 확충…재해율 0% 클린사업장 변신

"중대재해법의 처벌 잣대 적용했다면 사라졌을 것"

정부·지자체 등의 예방 지원 확대가 사고 없애는 길

대구시에 소재한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A사에선 2018년 기계 과부하로 근로자 한 명이 숨졌다. 같은 해 경기도 화성시의 B사(금속가공업)에선 근로자 2명이 작업용 기계 날에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했다면 이들 회사의 경영 책임자는 최소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법인에도 막대한 금액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50인 미만 소규모에 속하는 이 회사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된다.

한데 이 사고 이후 두 회사에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산업안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A사는 재해율 50%에서 0%로, B사는 16.7%의 재해율을 보이다 재해율이 0%가 됐다.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건 사업장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거친 뒤 재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예방시설을 확충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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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예방시설만 갖춰도 재해율 3분의1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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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승강기 과부하방지 장치와 낙하 방지장치, 화재 폭발 예방 환기 조치 등의 안전설비를 새로 구비하거나 교체했다. B사는 탁상용 드릴기와 드릴날 등에 방호 덮개를 설치하는 등 안전 사고 예방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드는 돈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았다.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산재는 예방이 우선이고, 사고가 나더라도 재발 방지책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 투자를 늘리면 안전사고는 줄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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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빈번한 안전사고의 하나인 끼임 사고를 없애기 위해 사출성형기에 취출(제품을 꺼내는 작업) 로봇을 설치했다. 로봇을 설치하기 전(좌)과 근로자가 직접 꺼낼 필요가 없게 된 설치 후의 모습.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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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산재예방시설 자금을 지원받아 시설을 보강한 사업장의 재해율은 평균 30.8%나 뚝 떨어졌다. 이들 사업장은 주로 끼임이나 충돌사고가 많은 공작기계, 프레스, 지게차, 인쇄기 등에 대한 예방 시설을 확충했다.

또 안전통로 확보, 안전망 설치, 작업장 바닥 정비, 일체형 작업 발판(시스템비계), 화재·폭발·폭염 예방설비 작업만 해도 안전사고는 평균 25.7%나 줄었다. 산업안전공단은 이런 예방 작업에 매년 700억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클린사업장 조성 사업이다. 중소기업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산업안전 조치를 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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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정비만 했는데도 재해율 확 낮아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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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관계자는 "우리 같은 소규모 기업은 거의 하청받아 생산하는데, 안전시설을 확충한 뒤 이미지가 좋아져 산재사고 뒤 끊겼던 하청 물량이 오히려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장 내부를 정비했는데, 근로자의 근무여건이 좋아졌다"며 "덩달아 생산성도 높아져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안전사고의 80% 이상이 작은 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이들 소기업에 중대재해법의 처벌 잣대를 들이대면 거의 문을 닫고 사라진다"며 "처벌 대신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 등이 손잡고 예방 작업에 나서면 생산성 향상과 같은 더 좋은 경제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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