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 전 청장에 '법정최고형' 금고 5년 구형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노숙농성 시작을 알리고 있다. 청와대에 대한 이들의 요구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약속 이행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재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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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세월호 사고로 죽은 게 아닙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사고 후 두 시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304명을 수장시킨 살인 사건입니다.
고(故)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씨의 법정 진술 중에서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명에 대한 결심 공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인 고(故) 장준형군의 부친 장훈씨는 이 사건이 단순 사고라기보단, ‘살인 범죄’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 등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세월호 승객 304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ㆍ치상) 등으로 지난해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선 검찰 구형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진술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증인석에 선 장씨는 “지옥이 어느 곳인지, 지옥에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아시냐”라고 물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난 7년여 동안 보이는 모든 것이 지옥의 불길 같이 (나를) 옥죄었고, 귀로 듣는 모든 것이 아수라의 비명이었으며,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게 아닌, 그야말로 염라의 지옥을 헤매는 삶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부실했던 검찰의 초기 수사도 규탄했다. 장씨는 “2014년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면, 피해자 가족이 7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엄동설한의 길거리에서 모진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고의든 실수로든, 사람이 죽었다. (피고인들은) 법률적인 지식도 없는 저희나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죄명, 즉 살인 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도 그는 “제가 죽어서 아이를 만났을 때 면목 있는 아빠가 되게 해 달라”며 “‘무능과 무지, 무책임, 잘못된 관행’이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판결을 내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장씨에 이어 증인으로 나선 고 이재욱군의 모친 홍영미씨도 당시 해경의 행위를 “명백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홍씨는 “해경의 기본 업무가 인명구조인데, (이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배에 진입 시도를 하지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퇴선 명령도 하지 않았다”라고 울분을 표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됐다. 그마저도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면 우리가 법원에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마저 못 보는 비참한 결과”라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승객 447명과 승무원 24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좌초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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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최고형량인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해경청장이자 중앙구조본부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한데도 회피했고, 그 결과 해경의 구조를 기다리며 배에 있던 학생을 비롯한 승객 304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에겐 금고 4년, 최상환 전 해경차장에게는 금고 3년 6월이 각각 구형됐다.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과 여인태 제주해경청장, 유연식 전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 등에게는 금고 3~4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사고 초기부터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ㆍ허위공문서작성)로 재판에 넘긴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에겐 징역 4년 6월을 구형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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