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본질은 아동학대]②
정인양, 세 차례 의심신고에도 '학대 없음' 판단
복지부 집계, 지역 기관별 '학대 판단' 편차 커
현장 실무자 누구냐에 따라 아동학대 기준 달라
"전문성 높은 현장 인력 늘려 아동학대 방지해야"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사진과 꽃 등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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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조해 피해 아동·학대행위자 등 현장 조사를 한다. 이 조사와 정황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같은 사례에 대한 정보를 놓고도 현장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아동학대가 될 수 있고, 일반사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7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서울지역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 중 아동학대로 판단한 비율은 55.5%(서울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83.2%(서울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까지 편차가 크게 드러났다(지역별 아동학대 판단 비율 집계는 2017년이 마지막). 이를 두고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현장 실무자의 판단이나 아동학대 판단 대응 기준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작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정의된 아동학대에 대한 해석·판단이 담당자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적용 기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객관성과 신뢰성 등을 확보하도록 당부했다.
기준 매뉴얼이 허술하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의 판단이 과도하게 개입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실무자가 사용하는 ‘아동학대 위험도평가 척도’가 있지만, 평가 척도 문항 자체가 엉성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아동의 주거 환경에 아동의 건강이나 안전상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문항에는 ‘깨진 유리나 술병의 유무’, ‘노숙’ 등 다소 극단적인 상황의 주거 환경이 예시로 나와 있다.
또 ‘아동이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 보호를 요구하는 의사를 표현한다’ 역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영·유아가 답변할 수 없는 질문으로 현실성이 없는 문항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인양은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이였음에도 ‘분리 보호 요구’ 항목에 ‘아니오’라고 체크됐다. 현장 조사를 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정인양이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고 소견을 낸 바 있다.
이에 공 대표는 “아동이 연령별로 특징이 다른데 그 척도 하나로 모든 아이들을 측정해 아동학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척도가 부실하니, 현장 전문가의 판단이 개입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제2의 정인이’를 막을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자체를 근절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을 사전에 막기 위해선 교육도 중요하지만, 경력이 있고 전문성이 높은 현장 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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