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日 정부,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책임 있어”
‘주권면제론’ 깨진 전례 드물어… 13일 선고 주목
일본 소송 대응 안해, 대법원 가기 전 확정 유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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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지난 8일 법원이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단이 나온 가운데, 오는 13일에도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온다. 앞선 재판부가 ‘주권면제론’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이례적인 만큼 대법원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이 소송에 응하지 않고 있어 1심 결론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민성철)는 오는 13일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지난 8일 소송이 나눔의집에서 주도한 것이었다면, 13일엔 정의기억연대에서 주도한 소송이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서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주권면제론’이 깨진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외교 실무자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앞선 재판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정곤)는 고(故) 배춘희 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ICJ(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판결로 보인다”며 “주권면제이론은 정당성 문제보단 현실적이고 외교적 이유로 국제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법원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일 판결은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피해자 측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항소할 이유가 없다. ‘주권면제론’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소송에 응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항소나 상고보단 외교적으로 풀어나간단 입장이다. 1심 판결문이 송달되고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다만 13일 판결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이 사안은 원고 측에서 항소하면서 대법원으로 갈 여지가 생긴다.
판결 결론이 엇갈릴 경우 이를 한쪽으로 정리해주는 것도 대법원의 역할이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8일) 1심 선고가 확정이 되면 대법원은 건드릴 수가 없다”며 “(13일 1심 선고가) 대법원에 가면 종례 대법원 판례와 다른 견해를 취했기 때문에 판례 변경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과거 강제징용 사건의 경우 소송 당사자가 기업으로, 항소와 상고를 통해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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