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위안부’에 배상하라” 첫 판결

피해자 12명, 7년 만에 승소

[경향신문]

1심서 재판권·청구권 모두 인정
“할머니들 모두 1억원씩 지급”
스가 총리 “결코 수용할 수 없어”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국내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일본국은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내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 자료, 변론을 종합하면 피고의 불법행위는 인정된다”면서 “원고는 상상하기 힘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피고로부터 사과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소의 운영은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며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가면제란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적 원칙이다.

재판부는 또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관련 합의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들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면제나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들어 재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소멸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16년 1월 사건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5년, 법원에 일본 정부와의 조정신청을 낸 시점을 기준으로 7년5개월 만에 나왔다. 배춘희 할머니 등 7명이 사망해 원고 가운데 생존자는 5명이다.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인간 존엄의 가치 및 보편적 인권 존중의 원칙을 국가면제의 항변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명쾌한 선언”이라며 “일본 정부는 지체 없이 배상하고, 진정 어린 사죄와 추모, 진상규명, 올바른 역사교육 등 전면적인 법적 책임 이행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스가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단과 만나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면서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 외무성도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도쿄의 청사로 초치해 판결에 항의했다.

박은하·김윤나영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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