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야외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 표명을 요구했다. [이윤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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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속 청와대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65일째 야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국회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연장법'과 '세월호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적극적인 진상조사 협조 지시를 해야한다"며 추위 속 농성을 이어 갔다.
매일경제는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의 얘기를 들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관계자 6명은 진상조사 촉구 판넬을 가림막 삼아 바람을 막고 담요를 두르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국회에서 사참위 연장법과 특검법이 통과됐는데, 청와대 앞 농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달 국회는 세월호특조위 기간을 1년6개월 연장하는 '사참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세월호 특검법(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국회 의결 요청안)도 같은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입법만으로는 진상규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 김수진 양의 아버지' 김종기 씨와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현 정부 임기 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완료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진상조사에 협조하라'는 의지를 적극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기 씨는 "사참위가 벌써 3기에 들어간다. 1기 때는 특조위 인력과 예산이 부족했고, 2기 때는 관계 부처들이 자료를 요구하면 거부를 한다거나 없다고 하는 등 협조를 안 했다"며 "1기, 2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라'는 지시를 내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관의 최근의 협조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게 유족들의 입장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3일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 사참위에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199건을 제공했고 49건을 열람토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1월 18일 국정원은 사참위원들의 국정원 실지조사 요구를 수용하고 국정원에서 상황실 운영방식과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인지시점·보고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또 세월호 관련 자료 목록 64만여 건을 특조위에 열람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원 자료 중 '세월호' 또는 '세월號' 단어가 포함된 모든 자료 목록을 사참위에 열람시키겠다는 취지다. 국정원은 또 "사참위가 해당 자료에 대한 직접적인 열람을 요청할 경우, 안보 등 비공개 사유를 제외한 자료에 대해서는 적법 절차를 거쳐 열람케 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정원 측은 "지난달 28일 사참위 측에 추가로 700여건의 자료 목록을 제공했고 이중 대부분의 자료를 다음 주 열람토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국정원의 자료 제공에 대해 "사참위 조사관들이 목록을 뽑아서 판단해서 자료를 받아야지, 국정원이 임의대로 그 '이건 세월호와 관련 있다' '이건 관련 없다'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참위 조사원들이 직접 국정원 가서 자료 목록을 훑어보고, 그 자료 중 세월호와 관련있는 부분을 따로 조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문재인정부는 촛불정부다. 촛불정부가 하지 못한 진상규명을 다음 정부에서 할 수 있겠나, 못한다고 본다"며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관계 부처들이 세월호 관련 기록을 지우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타냈다.
청와대 측도 농성장을 찾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 만족할만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을 찾았다. 전씨는 "청와대는 '대통령이 (이미) 충분히 의지표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더 직접적으로 의지표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주기에 한 발언을 문구로 해 '몸자보'도 만들었다.
장완익 사참위원장의 사임설이 돌면서 유가족들도 불안해 하는 모양새다. 김씨는 "사참위원장이 사임한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어떻게 될지는 우리도 판단을 못하고 있다.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전씨는 "사참위원장은 그만 둘 거 같다"고 했다. 다른 4·16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특조위 1·2기를 다 겪은 분인만큼 유족으로서는 마저 위원장을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사참위는 장 위원장 사의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면서도 "장 위원장이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가습기 진상규명 진척의 어려움 등으로 피해자분들께 죄송한 마음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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