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일본 관방장관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 있어"
한국 법원 "이 사안에 주권 면제의 원칙 적용 안 돼"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가 일본 도쿄의 외무성 청사에 초치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 측은 남 대사를 불러 한국 법원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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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의 8일 판결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자국에 대해 주권 면제가 적용돼 사건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표명했다면서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의 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해결됐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 사이에서 확인도 됐다"고 강조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이날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이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13일 선고가 예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낸 다른 소송은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한 판결에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외무성 역시 이번 판결을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강하게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러 건 있으나, 이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 자료, 변론의 취지를 종합해볼 때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면서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면서 "위자료 액수는 원고들이 청구한 1인당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돼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안에 대해 재판할 권리가 우리 법원에 있다고 인정했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가토 일본 관방장관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양국이 1956년 맺은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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