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이 각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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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무대응·재판 개입 의혹 속 5년만에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이 각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인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계획적, 조직적으로 위안부 제도를 마련해 원고를 유기·납치했다"며 "원고는 위안소에 감금된 채 원치 않는 임신과 폭력에 노출돼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원고들이 국제적 사과도 받지 못한 점에 비춰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이상으로 봄이 타당해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일본이 소송 과정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근거였던 '주권 면제'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권 면제란 국제법상 한 나라의 정부는 다른 나라 재판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날 재판부는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서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경우까지 국가 주권 면제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법원은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측이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화두였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감개무량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한 일에 대한 최초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절차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이 가능하냐는 물음이 많은데,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이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 오늘 즉답은 힘들다"라고 했다.
정의기억연대와 평화나비네트워크 등은 선고 직후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성심껏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다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 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지체없이 판결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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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배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본의 불법 행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한 사람당 1억 원씩 위자료를 일본에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조정이란 당사자 사이 협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절차다.
하지만 일본 측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아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 일본 측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에 반한다며 한국 법원이 송달한 소장 접수 자체도 거부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소장과 소송안내서, 변론기일통지서를 일본에 공시송달한 뒤 재판을 시작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재판이 열린 뒤에도 피고 일본 측은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의식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재판에 적용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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