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늘어난 가계의 여유자금이 국내외 주식 등 증시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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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이끈 주식투자 열풍으로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식과 펀드 투자에 쏟아 넣은 돈이 31조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치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가 늘면서 같은 기간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16조6000억원)보다 두 배로 늘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리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액수다. 일종의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운용자금이 조달자금보다 많으면 '순자금운용’이라 지칭한다. 반대로 조달자금이 많아 음(-)의 숫자가 나올 경우 ‘순자금조달’이 된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가계는 순자금 운용, 돈을 빌리는 기업은 순자금 조달 주체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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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주식 투자 금액·차입금 사상 최대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자금운용은 2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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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어난 건 자금운용 규모가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 가계 자금운용(83조8000억원)은 1년 전(40조6000억원)의 배가 넘는다. 이처럼 급증한 가계의 여윳돈이 흘러간 곳은 증시다. '동학개미운동'에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까지 가세하며 국내외 주식을 사들였다.
증시로 쏠린 가계의 투자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자금운용’은 22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 등을 사들인 ‘국외운용’ 규모도 8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1조 1000억원)보다 7조원가량 늘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진격 속 가계의 여유자금 중 30조7000억원가량이 국내외 증시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가계 자금조달 규모는 5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24조원)보다 30조원 정도 늘었다.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와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 차입 규모가 늘어난 것은 주로 주택 관련 자금과 주식투자 자금, 불확실성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구입자금에 사용된 부분이 분명히 있고, 주식투자를 위한 자금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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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으로 여윳돈 줄어든 정부
정부는 1년 전보다 벌어들인 돈이 증가했음에도 여유자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 예산을 모으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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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여유자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자금 조달액보다 운용액이 8조8000억원 더 많았다. 이는 1년 전(16조4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벌어들인 돈은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 등에 따른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납부가 유예됐던 세금 등이 걷히면서 정부의 순수입은 확대됐지만, 3·4차 재정집행 등을 지속하면서 정부소비와 이전지출 등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운용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은 수익이 늘면서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줄었던 매출이 회복되면서 비금융법인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년 전 1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4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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