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제2의 정인이' 막으려면? '아동학대 의심'하는 의사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고 의무자 접촉 유일 수단…건강검진 의무 아니라 한계

"건강검진에 '아동학대 지표' 넣어서 활용도 높여야"

뉴스1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다./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학대 사망 아동의 절반 이상이 생후 16개월에 숨진 영아 정인(입양전 이름)양처럼 만 2세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 학대에 취약한 영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말도 못 하고 어린이집에도 가지 않는 영아의 경우 학대 조기 발견이 어려워 건강검진을 통해 신고 의무자인 의사와 만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검진 시 경찰이 정인양 학대를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구내염' 진단과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학대로 숨진 아동 42명 중 만 2세 미만 영아가 24명(57.1%)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6일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Δ1세 미만 19명(45.2%) Δ1세 5명(11.9%) Δ3세 4명(9.5%) Δ4세 2명(4.8%) Δ5세 5명(11.9%) Δ6세 2명(4.8%) Δ7세 2명(4.8%) Δ8세 1명(2.4%) Δ10세 1명(2.4%) Δ12세 1명(2.4%)이다.

사망 사례가 가장 많은 2세 미만 아동 중 상당수는 외부의 신고 의무자와 접촉할 기회가 없다. 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무른다면, 사실상 학대를 당하더라도 정부 시스템하에서 파악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가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를 보완하고 적극 활용해 영유아에 대한 학대 의심 정황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후 71개월까지 총 8번에 걸쳐 진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은 상당수 아이들에게는 의사와 같은 신고 의무자와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하려면 부모가 영유아 건강검진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아동학대를 발견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받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 부과 등 법적인 조치가 없다 보니 아동학대 가해자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다"며 "아동이 생일자 전후 일주일 이내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부모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등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 아동 발굴에 '영유아 건강검진' 수검 여부를 활용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빅데이터로 운영돼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어린 영아의 경우는 위기 아동으로 판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스템상 한계가 있어 학대 피해를 받은 어린 아동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만 2세 전에 시행되는 초기 3번의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의료적 방임으로 보고 가정방문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유아 건강검진 시에도 '정인이' 사건처럼 의사가 학대 유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구내염으로 진단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의료 현장에서의 보완도 요구된다.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의사가 이전 검진 기록이나 아동학대 신고 접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검진 내용에 아동학대 관련 지표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정인양을 진단한 의사는 3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정 교수는 "아이가 전과 다른 병원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으면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의사가 전 기록을 볼 수 없어 문제"라며 "이전에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도 의사가 알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유아 건강검진에 아동학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지표를 넣는 게 중요하다"며 "아동 학대 발견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건강검진에 관련 지표를 넣을 경우,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의사들의 책임이 커질 수 있어 의료계의 반대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chm6462@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