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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국회의장도 총리도 '브레이크' 걸지만 멈추지 않는 '과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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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the300]['입법공장' 국회의 민낯]<2>-①19대부터 '과잉입법 규제' 제안…의원들 외면 줄줄이 '좌절'…"법안발의 자체 막을 수 없어" 자정 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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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6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자체적 규제심사제도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렸다. 추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원입법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정 총리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6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국회의 상황을 잘 안다. 그런 정 총리가 의원입법의 규제심사제도를 거론한 것은 과잉입법 우려 탓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역대 최악의 입법공장으로 기록된 20대 국회보다도 많은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연의 업무가 법을 만드는 것이지만 국회의 입법 시스템을 초과한 과잉입법은 졸속법안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과도하게 발의되는 법안 중 상당수가 규제를 담고 있다. 제대로 된 심사도 받지 않고 발의되는 규제 법안을 제어하자는 게 정 총리의 당부 사항이었다.

21대 국회 국회의장을 맡은 박병석 의장 역시 과잉입법 문제가 주요 관심사다. 박 의장은 지난해 11월2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주최한 '2020 대한민국 최우수법률상' 시상식에 참석해 "과잉입법은 경계대상"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과잉입법 문제를 자주 거론한다.

전직 국회의장 출신의 국무총리도, 현직 국회의장도 과잉입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작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은 소극적이다. 의원입법에 제한을 두자는 제안과 지적이 줄곧 나왔지만 그때마다 빛을 보지 못했다.


"스스로 자정하자는 움직임 있었지만"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의 이한구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2013년에 내놓았다. 국회에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할 경우 규제사전검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심사할 때 규제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할 때 규제영향분석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의원입법 발의에도 같은 제한을 두자는 취지에서다. 이 전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최근 의원발의 법률안이 증가함에 따라 의원발의 법률안이 과도한 규제도입과 규제 수 증가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민현주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2015년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입법조사처 업무에 법률안 입법영향분석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19대 국회의 국회법과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은 모두 의원들의 과도한 입법행위를 제한하자는 취지였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김종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2016년 의원입법에 한해 규제영향분석을 제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발의했다. 지상욱 당시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같은 해에 규제 신설 법안의 규제영향분석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백재현 전 의원이 2018년 입법조사처의 법률안 입법영향분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들 법안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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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 참석해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6.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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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평가 자제하자"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8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의원입법에 한해 규제영향분석을 제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20대 국회 김종석 당시 의원이 제출한 법안도 동일한 내용이다. 법안 제안 이유 문구의 토씨 하나까지 같은 내용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법안을 발의할 때 규제영향평가나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매번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동료 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입법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심도 깊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특히 관련 법안의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제한하려고 하는 매우 불순한 시도", "국회가 이런 법을 만드는 것은 웃기는 것", "법제화하는 것은 문제" 등의 다소 거친 반응까지 나왔다.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사무처는 토론회 등의 방식으로 과잉입법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사무처는 지난달에도 과잉입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연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막는 국회는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과잉입법 문제의 뚜렷한 대책은 없다"면서도 "대신 의정활동의 평가지표를 발의 건수 대비 법안 처리 비율로 따지면 법안 발의에 신중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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