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는 5일 "동결 자금 백신 구매 비용으로 돌리는 것 미국 재무부 특별승인까지 난 상태였다"며 "이 특별 승인에 따라 코벡스 퍼실리티로 대금을 지불하려 했었는데, 이란 측에서 송금 중 자금이 미국으로 들어갈 경우 미국 정부에서 이 돈을 제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결정을 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 강경 보수파들 사이에서는 동결 자금 규모에 비해 이란으로 넘어갈 백신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019년부터 본격화한 대이란 제재로 한국이 이란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원유 대금은 80억~85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당국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이 이번주 일요일로 조율됐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며 최 차관은 1차관 이란 방문은 그대로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포 원인에 대해서는 외교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포 원인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란 측은 이번 나포에 대해 외교부 측이 '기술적 문제'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한국 선박의 해양 오염 활동으로 이란 해양청에 고소가 들어와있으며, 이에 따라 정식 사법 절차를 개시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란에 한국 유조선이 나포된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로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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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는 이란 측에 고소장 등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양측은 외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억류된 선박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이날 오후 5시30분 외교부 2차관 주재로 이란-오만-UAE 대사 참석하는 재외공간 화상회의 개최할 예정이다. 또 조기 억류 해제 위해 미얀마·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억류 선원 있는 국가와도 공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국적 케미컬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나포됐다. 선박에는 한국 국민 5명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인 등 총 20명이 선원이 있었다. 이들은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 압바스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주이란 대사관의 담당 영사를 이미 현지 선박 소재 지역에 급파했고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을 이란 현지에 급파할 방침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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