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각종 정부 규제 대책과 이에 따른 대출 제한, 양도세와 상속세 등 세금으로 골머리를 앓는 동안 이른바 ‘서학개미(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천국’ 뉴욕 증시로 눈을 돌렸다. ETF란 원래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라는 뜻이지만 뮤추얼펀드와 다르다.
둘은 펀드매니저를 통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뮤추얼펀드는 펀드가 가지고 있는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를 기반으로 새 주식이 발행·해지되는 식인데 이 가치는 거래 마감 가격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증시가 열리는 동안에는 거래할 수 없다. 일정 기간 돈이 묶이는 셈이다. 반면 ETF는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단기 매매도 가능하다. ETF는 특정 지수나 포트폴리오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가 있고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있는데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높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고배당 우량주·ETF’ 투자 열풍이 불었는데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덮친 2020년부터 투자 트렌드가 살짝 변했다. ‘뱅가드 고배당 ETF(VYM)’와 ‘아이셰어즈 코어 고배당 ETF(HDV)’는 배당수익률이 2~3% 선이다 보니 고배당 ETF로서 인기가 많았다. 다만 실물 경기에 민감한 엑손모빌·AT&T·쉐브론 등을 담은 여파로 구성 종목들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들 ETF는 2020년 시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배당ETF도 배당주와 마찬가지다. 배당 수익과 시세 차익이 둘 다 중요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부터 원자재까지 ‘담고 싶은 건 다 있다’
뉴욕 증시의 테마주로 뜬 상장지수펀드
우리 사회·정치 이슈에 따라 들썩이는 한국 증시 ‘테마주’와 달리 뉴욕 증시에는 말 그대로 테마를 잡아 관련 종목을 꾸려놓은 ETF가 많다. 개별 종목을 매매할 때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자가 된 듯한 기분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에 쫓긴다면 관심 분야 ETF를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부터 뉴욕·런던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속 원자재까지 뉴욕 증시에서 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뜬 건 ‘경기순환주’다. 단순히 원유·정유주를 넘어 항공·관광주뿐 아니라 실물 경기 회복에 들어가는 원자재까지 투자 손길이 뻗쳤다.
물론 성장산업 부문인 ‘글로벌X 리튬앤배터리 ETF(LIT)’ 수익률이 높다.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제품을 생산하는 앨버말과 중국 간펑리튬, 전기차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비야디, 한국 배터리업체 삼성SDI 등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성장주 위주다 보니 배당수익률이 0.085%로 낮은 반면 운용 보수는 0.75%로 높은 편이다. 다만 2020년 시세 상승률이 100% 선을 기록했다. 유사한 것으로는 ‘글로벌X 자율주행·전기차 ETF(DRIV)’도 투자 눈길을 끌어왔다. 운용보수가 0.68%로 LIT보다는 낮지만 배당 수익이 없다. 테슬라와 퀄컴, 애플, 엔비디아, 구글 알파벳, 중국 전기차 니오 등으로 구성됐는데 지난해 시세 상승률이 50%를 넘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앨버말·간펑리튬·테슬라·비야디…
배터리 관련 기업 한 바구니에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반도체를 테마로 만들어진 ‘반에크 벡터스반도체 ETFSMH)’는 운용보수가 0.35%이고 배당 수익은 없다. 다만 대만 TSMC와 미국 엔비디아,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등 쟁쟁한 업체들로 꾸려져 2020년 시세 상승률이 역시 50%를 넘어섰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나 일상생활을 테마로 한 경우도 있다.
인퓨시브 펀드의 ‘조이 ETF(YY)’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감성’을 채워주는 제품·서비스 판매 업체 주식에 베팅한다. 2019년 12월 말 첫 거래를 시작했는데 2020년 40% 시세가 뛰었다. 운용 보수는 0.5%로 낮지 않지만 배당수익률이 1.51% 정도로 높은 편이다. 맥도날드와 LVMH, 스타벅스, 고급 양조업체 디아지오, 명품 기업 케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려동물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프로셰어즈가 출시한 ‘펫 케어 ETF(PAWZ)’도 투자 인기다. 반려동물 사료와 의약품 등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이 담겨있는데 ‘반려동물계의 아마존’ 츄이와 프레시펫, 네슬레 등으로 구성된다. 운용보수가 역시 0.5%로 낮지 않고 배당도 없지만 2020년 시세가 55% 올라섰다.
원자재·귀금속 테마 ETF도 눈에 띈다. 경기순환주에 투자하기 앞서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실물 경제 활동을 반영해 ‘Dr. 구리’로 통하는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US코퍼 ETF(CPER)’와 ‘대표적 안전자산’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SPDR골드셰어즈(GLD), 금 대체 투자처로서뿐 아니라 친환경 산업 원료로도 쓰여 인기인 은 시세 추종 아이셰어즈 실버(SLV)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특히 원자재·귀금속 부문은 시세 변동에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금은 안전자산이지만 정작 금값을 움직이는 변수가 불안정해졌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ETF를 통한 단기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금 시세도 금 ETF 시세 영향을 받게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시 돌아 ETF 가격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스탠더드차타드 은행 뉴욕지부의 수키 쿠퍼 귀금속 연구 책임자는 “금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변덕스럽게 출렁이는 자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즘 대세는 나야 나’
ARK 액티브 상장지수펀드 시리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휘저은 2020년, 눈에 띄게 승승장구한 투자사는 ‘액티브 ETF’로 유명한 아크인베스트다. 액티브 ETF란 펀드매니저의 투자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리는 상품인데 특정 분야에서 단기 투자해 시세차익을 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패시브 ETF는 MSCI지수, S&P500, 나스닥종합주가 지수 등을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지난 1~11월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출시된 ETF는 총 7523개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7384억달러(약 807조5880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체 규모에서 액티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다. 금액으로 따지면 17조~18조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 ETF 5개가 뉴욕 증시 ETF 수익률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도 아크 ETF 연계 상품을 고객에 판매할 정도다.
대표적 5개 중 하나가 ‘아크 유전체혁명 ETF(ARKG)’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악터루스 테라퓨틱스,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소 생소한 바이오 업체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2020년 시세 상승률이 180% 선이다.
남성 중심적 투자 업계에서 드문 여성 스타 펀드매니저인 캐서린 우드(맨 오른쪽)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름을 알린 건 ‘아크 혁신 ETF(ARKK)’다. 테슬라와 로쿠,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스퀘어 순으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테슬라 투자 열풍’ 속에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2020년 시세 상승률은 150%에 달한다. 월가 대형IB JP모건은 ARKK와 아크 차세대 인터넷(ARKW)·자동기술로보스틱스(ARKQ) 연계 투자 상품을 판매했는데, 당시 JP모건이 테슬라에 대해 “앞으로 12개월간 목표 주가는 90달러, 투자 의견은 ‘비중 축소’로 제시한다”고 밝혔음에도 해당 상품을 팔아 화제가 됐다. 세 ETF는 테슬라뿐 아니라 로쿠·스퀘어·NXP반도체·플리어시스템·텔라닥 등 기술 부문 성장주에 투자해 2020년 100%를 넘나드는 상승률을 기록한 ETF들이다. 다만 헤지펀드사 암브러스의 크리스 사이얼 전문가가 “JP모건의 해당 상품은 잘 만들어진 ‘욜로(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 콜 옵션일 뿐”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월가에서는 액티브 ETF에 대한 인식이 엇갈린다.
이밖에 ‘아크 핀테크혁신 ETF(ARKF)’도 2020년 100%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 스퀘어와 메르카도리브레, 질러우, 핀터레스트 등이 포트폴리오 주요 투자처다. ARKQ는 테슬라와 머터리얼즈, 트림블, 구글 알파벳 등으로 구성됐는데 같은 기간 시세가 약 90% 올랐다.
다만 아크 ETF 시리즈는 액티브펀드 특성상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만큼 운용보수가 0.75%로 높은 편이다. 성장주에 주력하는 만큼 배당도 없다. 애플이나 구글 알파벳처럼 자리매김한 업체가 아닌 이상 테슬라 같은 성장 기업들은 배당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크인베스트는 특히 캐서린 우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64)가 기술 분야 성장주를 하루 단위 매매하면서 그 목록을 공개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일종의 소통인 셈이다. 우드 CEO는 한때 ‘거품’ 소리를 듣던 전기차 테슬라에 과감히 투자했는데 테슬라가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를 따내고 S&P500에 입성하는 동안 그가 굴리는 아크 ETF 시리즈 시세도 가파르게 올랐다. 서던캘리포니아(USC) 대학에서 과학·경제학을 전공한 후 캐피털 그룹·제니슨 어소시에이츠·알리앙스번스타인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아크를 세운 그는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의 관심이 모인 성장 산업 부문에서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 사실을 공유하면서 ‘뉴욕 증시의 악동’으로 떠오른 로빈후드(중개 수수료 무료 앱)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석유 산업의 종말’ 뭉칫돈 몰리는
뉴욕 증시 ESG 상장지수펀드
엑손모빌 등 ‘배당 황제주’로 구성된 ETF도 있지만 최근 대세로 떠오른 ESG도 시장 판을 키우고 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줄인 말이다. 투자자들이 회계 장부상 드러나는 재무제표 외에 ‘사회책임투자(SRI·사회적·윤리적 가치)’ 혹은 ‘지속가능투자’ 등 비재무적 관점을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부각됐는데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친환경 쪽으로 비중이 실려 있다.
글로벌 증시 데이터분석업체 팩트셋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20년 뉴욕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ESG 관련 ETF에 최소 274억달러(약 30조원)를 쏟아부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직전 해인 2019년의 두 배 수준이다. 30조원은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한국 게임업체 넥슨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ESG ETF 수는 100여 개인데 2020년 1~12월 16일 새로 출시된 것만 31개로, 2019년 전체(16개)의 2배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출시한 ‘S&P500 ESG ETF(EFIV)’로 출시 후 넉 달 만에 9000만달러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해당 ETF는 같은 업체의 유명 투자 상품인 S&P500 ESG ETF(SPY)의 친환경 버전인 셈이다. 앞서 같은 해 2월 블랙록이 출시한 ‘아이셰어즈 ESG MSCI 신흥선도국 ETF(LDEM)’도 연말까지 8억달러 이상을 끌어모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처럼 ESG ETF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늘어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파리 기후 협약 복귀’를 선언한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가 1월 말 출범하면 친환경 산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전 세계 자산운용 1위’ 블랙록이 자산 관리 책임자 425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각자의 포트폴리오에서 ESG 투자 비중으로 앞으로 5년 내 37%로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블랙록은 총 25조달러(약 2경7337조500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 동안 ‘경기순환주’에 비해 미래 산업 비중이 높은 ESG ETF가 수익률이 높았다.
뉴욕 소재 CFRA리서치의 토드 로젠 블루스 ETF연구원은 “뉴빈 ESG 미드캡 성장 ETF(NUMG) 같은 경우 2020년 수익률이 S&P500(15%)보다 높은 42%였는데 이는 해당 ETF가 보유한 트윌로와 슬랙 덕분”이라고 말했다. 트윌로는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고 세일즈포스에 합병되는 슬랙은 실리콘밸리의 IT 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 업체다.
대표적인 ETF로서 높은 수익률 덕에 투자 인기를 끈 건 ‘인베스코 솔라 ETF(TAN)’다. 2020년 시세 상승률이 약 188%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로 구성된 해당 ETF는 엔패스에너지와 솔라엣지, 퍼스트솔라, 징코솔라 등 순으로 비중이 높다. 운용보수가 0.71%로 높은 편이고 배당수익률은 0.53%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시세 상승에 따른 평가 수익률이 높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엣지(QCLN)’도 2020년 시세 상승률이 약 156%다. 중국 전기차 니오와 엔패스에너지, 테슬라, 태양광 업체 솔라엣지,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공급 업체 앨버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운용보수는 0.4%이고 배당수익률이 0.2% 선이어서 낮은 편이지만 기술 부문 성장주를 골고루 담았다.
QCLN과 주로 비교되는 건 ‘아이셰어즈 글로벌클린에너지 ETF(ICLN)’다. 2020년 시세 상승률이 약 110%다. 플러그파워와 엔패스에너지, 메리디언에너지, 버번드 등으로 구성되는데 운용보수가 0.46%로 QCLN보다 높지만 배당수익률이 0.85%선이어서 상대적으로 높다.
친환경을 넘어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상품도 나왔다. 블랙록은 최근 MSCI 미국 지수에서 화석연료와 담배, 무기 분야를 제외한 ‘아이셰어즈 MSCI USA ESG 선별 UCITS(SDUS)’을 출시했다.
[김인오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