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사건 막자"…정치권, 입법 성과로 이어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양부모에게 학대 받아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법안 발의를 예고한 가운데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법 통과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인이 사건'은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이 3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장의 시스템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5일 기준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지구대 경찰의 전문성과 아동학대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아동학대 관련 교육 대상에 사법경찰관리를 포함(김홍걸 의원)하고, ▲아동학대 현장에 수사기관과 시·도 또는 시·군·구의 아동학대전문가가 동행하도록 한(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아동학대 처벌법)이 발의된 상태다.

학대의심 부모가 현장에 출동한 사법경찰과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의 현장조사를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김홍걸 의원) 하거나 출석·진술 및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김미애 국민의힘 의원)하는 법안도 발의돼있다. 현장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들이다.

양부모에게 아동학대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다수 발의된 상태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치사죄에 대한 법정형을 현행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처벌법을 발의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3년 이내 재범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해 형량을 2배까지 가중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치사와 중상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 5년 이상에서 10년으로, 3년 이상에서 6년으로 2배 강화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아동학대 치사 또는 중상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관건은 국민적 관심과 정치권의 입법 노력이 지속될지에 달려있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적 공분을 사는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근절 의지를 다졌지만, 입법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처벌법만 41건이 발의됐지만 7건을 제외하곤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21대 첫 국회인 지난해에는 천안 계모 사건, 창녕 아동학대, 인천 라면형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즉각분리 제도(피해아동을 부모로부터 신속하게 분리 보호)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분리 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어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한계가 함께 지적되고 있다.

노 의원은 "정인이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에 대해 철저히 무관용으로 처벌하는 등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음주운전, 산재사망과 함께 아동학대 역시 '절대 용서받지 못하는 중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