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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죽인 공범"...경찰서 홈페이지 도배된 분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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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경찰 중징계 요청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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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후 아동학대를 받다 생후 16개월에 목숨을 잃은 정인양.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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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담당 경찰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정인양이 숨졌는데도 징계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4일 현재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 글이 500개 이상 게재됐다. 양천서 홈페이지에는 "정인이 죽인 공범" "서장 물러나라" 등 비난이 쇄도하다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 파면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1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정인양 사망 이후 '경고', '인사조치', '주의' 등 경징계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파면이나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는 게 마땅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해 정인양 사망 전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접수받았지만, 학대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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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 담당 경찰관 엄중 처벌 요청 글이 쏟아지며 서버가 한때 다운됐다. "양천경찰서장과 담당 경찰 파면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천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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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담당자들에 경징계 처분



지난달 4일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양천서 감찰 조사 결과, 정인이 사건 담당 경찰관 12명에게 징계성 조치가 내려졌다. 이 중 3차 신고 사건 처리 담당자인 팀장 등 3명과 학대 예방경찰관(APO) 2명 등 총 5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징계위와 관련해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르면 이달 안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징계위가 열려 봐야 한다. 경고나 주의보단 징계 수위가 높을 것 같다”면서 “여론을 인지하고는 있다”고 답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5명 외에 나머지 7명은 '주의'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양천서에 따르면 2차 신고사건 담당자인 팀장 등 2명은 경고, 1차 신고사건 담당자인 팀장 등 2명 주의, 양천서 여성청소년계장은 경고 및 인사 조치, 총괄 책임자인 전·현 양천서 여성청소년과장 2명은 주의를 받았다.



"아동 학대 신고, 증거 수집 어렵다"



경찰 내부에서는 학대 의심 신고 당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 사건 특성상 적극 대응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아동 학대 의심 신고의 경우 증거 수집이 어렵다"며 "아이들이 어려 의사표현이 서투른 데다 집에 CCTV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부모가 자기의 잘못을 순순히 얘기하거나 증거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 등 전문가 소견도 직접 증거는 될 수 없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가 법정 다툼이 될 소지가 많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정인양 사건을 보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되겠다고 많이들 느끼고 있다"며 "제2의 정인양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경찰들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지난해 11월 16일 아동학대에 대한 브리핑에서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동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의 사전 예방적 조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국회 설득을 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한 처벌 필요"…"전문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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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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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처벌 수위 논란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징계 강화와 함께 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경찰이 3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돌려보낸 건 피해자의 생명과 직결된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면서 "경고·주의 처분은 하나 마나 한 징계"라고 말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해 응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을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경찰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 등을 통해 아동학대를 포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정인양은 3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또래보다 왜소한 몸집에 온몸이 멍투성이였던 정인양은 사망 당시 장기 일부가 끊어져 복부에 피가 가득 차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이 심각했다. 정인양이 지난해 1월쯤 입양된 이후 9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지혜·함민정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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