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350도 고온에서 황화수소로 탄수화물 생성…다양한 생명체 생존
심해 열수분출공 |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바다 깊은 곳에는 육지와 비슷한 굴뚝이 있다.
육지 굴뚝에서 연기가 나온다면 바다 굴뚝인 '열수구'에서는 용암과 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열수구는 해저 지각 틈 사이로 스며든 바닷물이 마그마로 뜨거워진 뒤 다시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해저 열수구는 화산활동 지역 근처, 판 모양으로 움직이는 텍토닉 플레이트(Tectonic Plate)가 움직이는 곳, 대양 분지에서 발견된다.
심해 열수분출공 개념도 |
생성 과정은 이렇다.
열수구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물이 차가운 바닷물과 섞이면 그 안에 있던 광물 등이 가라앉으면서 열수구 주위에 퇴적물을 만든다.
이것이 주변에 쌓여 굴뚝처럼 보이는 것을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熱水噴出孔)이라고 한다.
열수분출공은 언제나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연기는 진짜 연기가 아니고 산도가 높고 400도 이상 뜨거운 금속 황화물이 심해의 엄청난 압력을 이기고 해저 마그마에서 분출되는 것이다.
이때 금속에 녹은 광물질 종류에 따라 검은 연기나 흰 현기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검은 연기는 블랙 스모커(Black Smoker), 흰 연기는 화이트 스모커(White Smoker)로 부른다.
강한 산성인 열수에 다량으로 녹아있던 아연, 납, 철 등 금속이 차갑고 염기성인 바닷물과 섞이면 검은색 황화성 광물로 변한다.
이 모습이 마치 검은 연기를 내뿜는 굴뚝과 비슷해 블랙 스모커라고 불리게 됐다.
반대로 열수에 바륨, 칼슘, 규소가 많이 녹아 있으면 분출물 색이 흰색을 띠어 화이트 스모커로 부른다.
블랙 스모커는 물 온도가 350도인 고온에서 어두운 기둥 모양 연기를 방출한다.
화이트 스모커는 블랙 스모커보다 낮은 270도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고 작은 기둥을 형성한다.
현재까지 지구 해저에는 220개 이상 열수분출공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우리나라 아라온호가 남극 해저에서 세계 최초로 열수분출공을 찾기도 했다.
이런 발견은 생물학사에서 엄청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인도양 열수분출공에서 채집된 생물 |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깊은 바닷속에는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심해에는 햇빛이 도달하지 않아 광합성하는 식물이 살 수 없고,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아 생물이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에서 열수분출공 주위에는 갑각류, 조개류, 선형동물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 비결은 바로 열수분출공의 박테리아에 있었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속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다.
열수분출공 근처에 사는 박테리아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빛을 이용하는 광합성 생태계와는 달리 화학합성을 통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화학합성 생태계(Chemosynthetic based ecosystem)라 하고, 열수분출공 주변에 사는 열수생물은 화학합성 생태계 내에서 박테리아와 공생관계를 통해 필요한 먹이원을 얻는다.
열수분출공 주변 환경은 햇빛이 없는 데다 수압이 높고 독성물질로 가득하다.
이런 환경은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나타났을 때와 비슷하기에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실마리로 주목받고 있다.
심해 카메라로 촬영한 열수분출공 |
[참고문헌]
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보도자료 '인도양 공해상에서 새로운 심해 열수분출공', 2018.7.27
2.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공식 블로그 'KRISO Report'(https://blog.naver.com/kriso_pr/222169297986)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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