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11시부터 효력 발생
양측 FTA로 ‘노딜 브렉시트’ 모면
무역 무관세·무쿼터는 유지하지만
영국인, EU 장기체류 땐 비자 필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브렉시트 협정문에 서명한 뒤 양손 엄지를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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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31일 밤(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진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맞이한다.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지 4년 반만이다.
영국과 EU 간 설정한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에 종료된다. 이에 따라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이어졌던 47년 공동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영국은 2016년 6월 전체 유권자 72.2%가 참가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51.9%의 찬성으로 EU 탈퇴를 결정했다. EU에 내는 분담금에 비해 EU에서 받는 지원금이 적은 데다가 이동의 자유로 동유럽 등의 이주민이 늘어 영국인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며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이후 표류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EU 잔류파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 지고 물러났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2018년 11월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했지만, 의회 인준에 막히며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존슨 총리가 서명한 브렉시트 협정문.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새해부터 시행된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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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 후 영국과 EU는 몇 번이나 협의 기간을 연장한 끝에 이혼 조건에 합의, 2019년 10월 EU 탈퇴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지난해 1월 말 EU에서 공식 탈퇴했다. 당시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지난해 말까지로 설정했다. 이때까진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남아 EU 회원국 대우를 받으면서 새로운 미래 관계에 관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전환 기간이 다가오며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양측은 지난해 12월 24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비롯한 미래 관계 협정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영국 의회도 지난해 12월 30일 미래 관계 협상 합의안을 영국 법률로 전환하는 법안을 승인하면서 ‘완전한 결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이날 “얄팍한 합의가 노딜보다 낫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한 후 존슨 총리는 “이 위대한 나라의 운명이 이제 온전히 우리 손에 놓였다”며 “12월 31일 오후 11시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상품 무역에서 무관세·무쿼터를 유지한다. 다만 기존에 없던 통관·검역 절차가 생기고, 은행·회계 등 금융 서비스 부분은 별도 협의가 필요해 일정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U-영국 간 이동에도 제약이 생긴다. 영국인은 EU에서 90일 넘게 체류하기 위해서는 별도 비자가 필요하다. EU 시민권자도 관광·사업·학습 등 경우에 따라 180일 이상 체류할 경우 별도 비자가 요구된다.
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더는 영국에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만약 영국과 EU 사이에 해결이 어려운 분쟁이 생기면 독립된 재판소로 회부될 예정이다. BBC는 영국이 자국의 법에 다시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마지막까지 미래 관계 협상의 쟁점이었던 어업권의 경우 기존처럼 영국 수역에서 EU 어획량 쿼터가 인정된다. 다만 내년부터 5년 반에 걸쳐 영국 수역에서 EU 회원국 어선이 잡을 수 있는 어획량 쿼터를 25% 줄이기로 합의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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