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문 닫고 주면 뭐하나"…300만원 지원에도 자영업자들 `한숨`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스키장 폐쇄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3차 대유행`의 기세를 꺾기 위해 24일부터 연말연시 특별 방역대책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무주스키장이 폐쇄되어 썰렁하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핀셋 방역` 조치로, 전날부터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의 식당으로 확대됐고, 스키장·눈썰매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과 전국의 해돋이 명소는 폐쇄됐다. 2020.12.24.이승환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가게 망한 뒤에 주면 뭐합니까."

정부가 다음 달 5조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풀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누적된 경영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데다 일시적인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내년 1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100만∼300만원의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만원의 피해지원금을 일괄지급하고 집합제한 업종엔 1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엔 20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장기간 영업 피해를 입은 업주들은 달갑지만은 않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3년째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다가 일주일 전 폐업한 김모씨는 "회사 그만두고 호기롭게 낸 가겐데 이렇게 문 닫을 줄 몰랐다"며 "동종업계 사람들도 피해 입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지원금 규모는 한참 부족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행한 방역지침 기준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1년간 집합금지 업종을 보면 '어떤 곳을 먼저 문 닫게 할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카페와 술집, PC방 다 될 때도 노래방만 안 되는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반 년째 '출입 금지' 공문만 뗐다 붙였다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매일경제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 280만명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고용취약계층 87만명에 50만∼3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28일 서울시내 한 헬스장에서 관계자가 운동기구를 점검하고 있다. 2020. 12. 29. 한주형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를 제외하고 그나마 영업이 자유로웠던 음식점에서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3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매달 지불해야하는 자영업자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1년 적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구에서 1~2층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피해는 이미 눈덩이처럼 커졌고, 또 매달 임대료(1층 300만원, 2층 250만원)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정부가 최대 300만원까지만 지원한다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달 임대료에 겨우 미치는 금액이지만 초유의 사태만은 막았다며 정부의 대응을 응원한다는 점주도 있었다. 서울 동국대학교 인근 실내포차를 운영하는 서모씨는 "연말특수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최근 5인 집합금지 명령 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며 "다음 달 상황보고 폐업도 생각했지만 정부 지원으로 일단을 버텨 볼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이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게 규모·매출과 업종을 세심히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100만~300만원을 지원하는 방법은 형평성이 없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처럼 임대료 직접지원이나 유예 등으로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내년에도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고 있을 때도 돈 주고 끝날 것인가. 일시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이미 겪어봤지 않았나. 이번 지원도 언 발에 오줌누기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임대료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추가적인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논평에서 "이번 대책에서는 임대료 지원 명목으로 100만원을 얹어주기는 하나, 이는 한 달 임대료 수준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독일의 경우 문을 닫는 업체에 고정비의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자영업자 임대료의 3분의 2를 6개월간 지원한다. 호주와 캐나다도 임대료 감면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원금액을 늘려 최대 5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28일 "민주당과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은 뼈아픈 현실을 돕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실효성이 없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임대료 포함 최대 500만원 직접 지원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이자 2%, 3개월 분 면제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영업 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최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신용데이터 제출자료를 근거로 낸 소상공인 매출에 따르면, 올해 51주차(12월 14일~20일) 서울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에 그쳤다. 이는 지난 3월 대구 51%, 경북 56%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1·2차 코로나19 유행시기에는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매출이 1~2주만에 회복했지만 3차 유행은 매출 하락세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폐업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42만개의 회원 업소 중 폐업한 곳은 2만9903개에 달했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10명 중 7명이 폐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