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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백신 여권’ 추진, 접종 늦은 한국엔 장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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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증명 앱 개발 착수

출입국·국제행사 때 프리패스

내년 4월 아카데미 시상식

백신 접종한 사람만 입장 검토

미국·영국·유럽연합(EU)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하며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 여권은 국경을 넘거나 대규모 국제 행사에 참여할 때 백신을 맞았다는 증빙 자료로 쓰인다.

문제는 백신 확보 규모나 접종 속도에서 국가마다 격차가 있어 자칫 ‘백신 디바이드(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빨리 맞은 나라의 국민엔 ‘프리 패스’가 주어지지만 백신 접종이 늦은 나라에는 장벽이 될 수 있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은 공공장소에 가거나 국경을 넘을 때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디지털 증명서’ 앱 개발에 착수했다. 백신 접종자는 의료 기관 인증을 거쳐 ‘코먼 패스’ 앱에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 기록을 올린 뒤 이를 증빙 수단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코먼 트러스트 네트워크’라 불리는 이 계획에 따르면 해당 앱에는 보건당국에 제시할 수 있는 의료증명서·통행증이 QR코드 형태로 발급된다. 여행 일정을 입력하면 필요한 증빙 목록도 보여준다. 국경을 넘을 때와 영화관·콘서트장·경기장에 입장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백신 여권 개발에는 캐세이퍼시픽·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버진애틀랜틱·스위스항공·제트블루 등 주요 항공사와 수백 개 의료법인이 참여한다.

다국적 IT 기업도 자체 앱을 개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IBM은 ‘디지털 헬스 패스’라는 앱을 개발해 발열 검사나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회의장·콘서트장·경기장 등의 입장에 쓰일 수 있다. 미국 비영리 기구인 ‘리눅스 재단 공중보건’도 코먼패스·IBM 등과 함께 디지털 백신 증명서 표준 양식 개발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인구는 4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선 접종자가 200만 명을 넘었고, 영국은 62만 명 이상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EU에서도 27일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서구와 아랍 부유국 등은 빠르게 ‘집단 면역’ 수준에 다가가 해당 국민이 백신 여권을 발급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확보량이 부족하거나 도입 시기가 늦은 나라 국민은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이르면 내년 2~3월 접종이 시작되는 한국에도 백신 여권이 장벽이 될 수 있다.

내년 4월 25일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맞은 할리우드 배우들만 시상식에 참석하도록 하는 방안을 주최 측이 고려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이 27일 보도했다. 시상식 참석자를 백신 접종자로 제한할 경우 젊은 스타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접종 우선순위와 백신 접종 속도를 고려할 때 시상식이 열리는 4월 25일 전까지 젊은 배우들이 백신을 맞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언젠가 우리도 백신을 맞겠지만 6개월이든 그 이상이든 백신 격차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쯤이면 집단 면역에 가까이 간 나라와 여전히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나라 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선영·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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